여자는 어딘가로부터 몰려온는 바람 같은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여자는 굳이 이 방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냥 흘러가듯이 시간을 보낸다면 여자가 과거에 겼었던 온갖 어려운 환경보다는 더 편할 것이었다. 여자는 오늘도 오늘이라는 관념을 잊어버린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자는 전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거울방 안에는 시계라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가구도 없었으므로 그것은 그냥 텅 빈 방이라는 개념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방바닥에 다리를 쭉 펴고 등은 거울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살그머니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어떤 것도 방해 받지 않고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어떤 불안이나 불편함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이 그저 흘러가는 그녀의 기억들을 대신 기억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인형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반쯤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깊숙히 잠들어 있어서 여자는 흡사 죽은 것처럼 온 몸이 축 쳐져 있는 듯이 보였다. 숨쉬지 않는 인형이랄까, 뭐 그런 상태로 잠이 들었던 것이다. 방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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