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문뜩 꿈에서 깨어났다. 여자는 벽에 등을 대고 잠든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바닥을 펴고 거울방의 거울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싸늘한 촉감이 그녀의 손바닥 가득 전해져 왔다. 그녀는 장풍을 뿜어대는 검술사처럼 그렇게 가만히 손바닥에 힘을 주어 거울을 밀어 보았다. 그러나 거울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는 거울에 대었던 손바닥을 거둬들였다. 그녀의 꿈은 너무 생생해서 언뜻 잡힐 듯이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꿈의 실상을 그저 한갖 비현실적인 것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뿐 아무런 것도 기억 깊숙히 남겨두려 하지 않았다. 여자는 현실에 있거나 없거나 그것까지 인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꿈을 꾸었으며 그것은 어떤 결과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그대로 하나의 의식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꿈은 언제나 그렇게 개꿈처럼 흩어지거나 희석되어 가곤 했다. 그녀의 꿈은 더욱 더 황당하게 사라졌다. 여자는 그저 한나절 깊은 꿈길을 걸었을 뿐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는 거울방에 갇혀있고 거울은 여전히 그대로 그녀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여자의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여자의 환경은 여전히 갇혀있음 그대로 머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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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현실이 어쩌면 현실을 벗어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현실은 없었으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는 일조차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남자는 이제 완전히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 갇혀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그는 아직 살아있고 여기는 그가 숨쉬는 공간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곳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메말라가는 정신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는 그로인해 사라져버렸고 이제 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거울방에 갇혀 묵묵히 시간이 정지된 채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흘러가는 모든것들에 대한 반항심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끝까지 반항심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강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거울방 밖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것은 그가 외부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는 증거로 남을 것이고 그런 행위는 그를 다시 현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다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간절한 소통을 향한 바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남자를 여기에 가둬버렸는지 그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한 그는 여기서 결코 나가지 못할 것 같은 강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남자는 그만 울컥하고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그 분노는 곧 울음으로 변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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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꿈속은 여전히 성안이다. 수도사의 모습도 여전하다. 여자는 천천히 중세교회안으로 들어가 긴의자의 맨 끝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용히 눈만 감고 있었다. 입밖으로 기도문을 외우거나 소리내어 소원을 빌지는 않았다. 수도사의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여자는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숨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기도에 몰입해 들어갔다. 여자는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 소원이라는 것도 꿈속에서 행해진 일이어서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그냥 기도를 열심히 올렸다는 것외에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을 그런 장면이었다. 성안은 조용히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어둑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다. 꿈속이어서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어도 맘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현실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는 육신을 그녀는 묵직하게 느끼고 있었다. 점점 더 여자의 몸은 굳어져 가는 느낌에 빠져버렸다. 여자는 기도하는 그 모습 그대로 굳어져 버리는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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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제 더이상 기억이 나지않은 것들에 대해서 절망했다. 그거은 정말 어떤 장벽에 가로막혀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그래도 무언가를 기억에 그물을 던져 넣어 확실한 무언가를 건져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떤 그리움들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처럼 그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희미한 어떤 것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그저 잊혀지려는 그 한가닥 기억마저도 붙잡아 두려고 발버둥쳤다. 잊혀지면 안된다. 일상의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기억해 내야 한다는 절박감은 그를 다시 절망하게 만들었다. 다시 그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기억속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기억속의 일상은 그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깊이 의식을 현실속으로 밀어 넣었다. 일상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속에서 그는 조용히 흡수되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계추 처럼 움직였다. 그는 더이상 자신의 시간들을 밀고 올라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 그의 과거의 일상속에서 어쩌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강한 그 무엇의 에너지가 지금의 이곳으로 자신을 끌어 들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강하게 흡입되는 일상의 에너지를 꺼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그를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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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여자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여자가 한번씩 숨을 몰아 쉴 때마다 거울방 안은 조금씩 들썩거리는 것 같았다. 여자의 숨소리는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숨은 깊숙한 폐부를 통과하고 심장을 통해 혈관의 피돌기를 뚫고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힘차지만 천천히 피가 폐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는 이 순간 꿈을 꾸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의 꿈속에서는 어떤 알 수 없는 기억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여자가 어떤 아름다운 성 앞에 서있었다. 성은 웅장하고 아름다웠으며 중세교회처럼 보였다. 성은 넓고 긴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는 성문을 두드렸다. 성문은 자동문처럼 조용히 열렸다. 성문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중세 교회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눈앞에는 수도사 한분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굵고 앉아 두눈을 살포시 간고 간절히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사위는 조용하다. 수도사는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수도사는 앉아 있었다.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여자는 그런 수도사를 바라보며 교회를 나와 성의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성안의 건물들은 흐릿하고 흐물거렸으며 정확한 풍경을 보여주지 않았다. 꿈속이어서 그것들은 희석되거나 흐릿했다. 여자는 여전히 성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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