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이제 더이상 기억이 나지않은 것들에 대해서 절망했다. 그거은 정말 어떤 장벽에 가로막혀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그래도 무언가를 기억에 그물을 던져 넣어 확실한 무언가를 건져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떤 그리움들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처럼 그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희미한 어떤 것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그저 잊혀지려는 그 한가닥 기억마저도 붙잡아 두려고 발버둥쳤다. 잊혀지면 안된다. 일상의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기억해 내야 한다는 절박감은 그를 다시 절망하게 만들었다. 다시 그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기억속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기억속의 일상은 그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깊이 의식을 현실속으로 밀어 넣었다. 일상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속에서 그는 조용히 흡수되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계추 처럼 움직였다. 그는 더이상 자신의 시간들을 밀고 올라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 그의 과거의 일상속에서 어쩌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강한 그 무엇의 에너지가 지금의 이곳으로 자신을 끌어 들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강하게 흡입되는 일상의 에너지를 꺼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그를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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