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꿈속은 여전히 성안이다. 수도사의 모습도 여전하다. 여자는 천천히 중세교회안으로 들어가 긴의자의 맨 끝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용히 눈만 감고 있었다. 입밖으로 기도문을 외우거나 소리내어 소원을 빌지는 않았다. 수도사의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여자는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숨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기도에 몰입해 들어갔다. 여자는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 소원이라는 것도 꿈속에서 행해진 일이어서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그냥 기도를 열심히 올렸다는 것외에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을 그런 장면이었다. 성안은 조용히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어둑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다. 꿈속이어서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어도 맘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현실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는 육신을 그녀는 묵직하게 느끼고 있었다. 점점 더 여자의 몸은 굳어져 가는 느낌에 빠져버렸다. 여자는 기도하는 그 모습 그대로 굳어져 버리는 것일까,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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