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문뜩 꿈에서 깨어났다. 여자는 벽에 등을 대고 잠든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바닥을 펴고 거울방의 거울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싸늘한 촉감이 그녀의 손바닥 가득 전해져 왔다. 그녀는 장풍을 뿜어대는 검술사처럼 그렇게 가만히 손바닥에 힘을 주어 거울을 밀어 보았다. 그러나 거울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는 거울에 대었던 손바닥을 거둬들였다. 그녀의 꿈은 너무 생생해서 언뜻 잡힐 듯이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꿈의 실상을 그저 한갖 비현실적인 것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뿐 아무런 것도 기억 깊숙히 남겨두려 하지 않았다. 여자는 현실에 있거나 없거나 그것까지 인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꿈을 꾸었으며 그것은 어떤 결과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그대로 하나의 의식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꿈은 언제나 그렇게 개꿈처럼 흩어지거나 희석되어 가곤 했다. 그녀의 꿈은 더욱 더 황당하게 사라졌다. 여자는 그저 한나절 깊은 꿈길을 걸었을 뿐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는 거울방에 갇혀있고 거울은 여전히 그대로 그녀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여자의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여자의 환경은 여전히 갇혀있음 그대로 머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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