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현실이 어쩌면 현실을 벗어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현실은 없었으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는 일조차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남자는 이제 완전히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 갇혀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그는 아직 살아있고 여기는 그가 숨쉬는 공간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곳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메말라가는 정신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는 그로인해 사라져버렸고 이제 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거울방에 갇혀 묵묵히 시간이 정지된 채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흘러가는 모든것들에 대한 반항심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끝까지 반항심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강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거울방 밖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것은 그가 외부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는 증거로 남을 것이고 그런 행위는 그를 다시 현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다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간절한 소통을 향한 바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남자를 여기에 가둬버렸는지 그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한 그는 여기서 결코 나가지 못할 것 같은 강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남자는 그만 울컥하고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그 분노는 곧 울음으로 변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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