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거울방에서의 하루가 싫었다. 영원히 이곳에 살고 있어도 적응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점점 더 잊혀져 가는 그 어떤 일상의 리듬들이 그는 그리워졌다. 아침 7시에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오랫동안 보고 세면대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며 이를 닦고 세수비누를 손으로 거품을 내어 얼굴에 문지르며 세수를 하고 향기나는 수건으로 물기 흐르는 얼굴을 뽀송뽀송하게 닦고 화장실 문을 닫는다. 그는 거의 정확한 시간에 모든 일상을 엮어 나간다. 그에게 시간은 절대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간단하게 토스트를 만들기 위해 식빵굽는 기계속에 두개의 식빵을 끼워 놓고 살짝 먹기 좋게 굽는다. 구워진 식빵을 꺼내어 식빵 표면에 쨈을 바르거나 치즈를 두어개 올리고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서 한입 베어문다. 그리고 몇번 씹은 후에 우유를 마시거나 원두커피를 같이 곁들여 마신다. 그러면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그는 전날 외출할 옷을 미리 꺼내어 옷걸이에 걸어 놓거나 잘 개어서 서랍장 위에 올려 놓는다. 어쩌면 그런 모습은 살림을 익숙하게 잘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는 먼저 정장 바지를 입고 위에는 빳빳하게 잘 다려놓은 외이셔츠를 입고 그위에 역시 깔끔하게 다려진 정장을 갖춰 입었다. 그는 싸구려 정장은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명품 브랜드가 붙어있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적당한 가격의 맵시나는 정장을 잘 골라 입는 편이었다. 그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패션센스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옷을 잘 입는 편이었다. 아무리 싼티나는 옷도 적당히 코디해서 입었기 때문에 그가 입고 다니는 옷은 무엇이든 고급스럽게 보였다.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자랑거리로 남아 있었다. 그는 비싼옷과 싼옷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윤기나는 구두를 꺼내어 다시 신발장 구석에 반듯하게 접어 놓은 헝겁을 꺼내어 한번 더 구두의 앞면과 옆면을 쓱쓱 닦았다. 그리고 구두속으로 발을 쓱하고 들이 밀었다. 발은 경쾌하게 구두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신발은 언제나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모든 신발을 깨끗하게 빨고 헌 구두나 신발은 구두수선하는 곳에 가지고 가서 고쳐와 다시 신고 다녔다. 그래서 헌신도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반질거리는 구두를 흡족한 마음으로 신고 거리로 나간다. 이제 그가 갈곳은 한군데 바로 그의 회사다. 그는 경쾌한 걸음으로 자신의 차가 세워져 있는 지하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자는 이제 완전히 거울방에 적응력을 키워나갔다. 더는 이곳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 것처럼 오히려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편해지는 이 미묘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녀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하루를 살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된 이곳에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더이상 피부가 주글거리며 늙어가지도 나이를 먹지도 않은 채 여전히 팽팽하게 유지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작고도 가름한 몸매는 더이상 살이 찌거나 붇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예전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외모를 간작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어지지 않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의 하루가 정지되어 버린 것처럼 그녀의 젊음 또한 정지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 숨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그녀의 탱탱한 피부와 탱탱한 근육과 관절과 늑골과 엉덩이 까지도 그녀는 사랑한다. 그것은 늙지도 죽지도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신념이 되어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래서 그녀는 더이상 얼굴에 화장을 짙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풍부한 감성을 가진 어린 아이의 단순한 피부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거울을 쳐다보며 그녀는 이렇게 보전되고 있는 자신의 외모가 실로 놀라움으로 가득 차는 것을 깨닫고 기뻐하고 있었다. 더이상 그녀는 나이를 세거나 시간을 체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대로 이 상태로 생각의 늪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사랑했다.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그녀는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남자는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거울방에 갇혀 있었다.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아무 색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무의식 깊숙히 들어가 버리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어떤 기억도 그의 뇌속에서 재생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기억을 되살려 보려 했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기억은 조각난 파편으로 남아 뇌속에서 떠돌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다시 다른 파편으로 돌출되어 우주공간처런 떠돌다 사라지곤 했다. 그는 그냥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에게 갇혀있는 곳에서의 생각아라는 것도 어쩌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뇌를 한바퀴 돌며 일어났다. 그는 간절히 그렇게 혐오했던 평이한 일상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눈물이 나도록 일상으로의 삶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정말 그것은 어떤 현실을 뒤집어 쓰고서 라도 그 평이한 일성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꿈꾸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겨운 일상, 어떤 것으로부터도 새로움이란 것은 발생하지 않는 그저 무기력한 하루의 반복만 되풀이 되는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아서 되돌아 가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모두 귀찮다는 듯이 그냥 대자로 누운 채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어 버린 이곳의 공기를 그저 들이 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희망도 원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 희망은 버려진 휴지조각처럼 되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에게 세상이란 그저 거울방에서 보내지는 시간으로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자는 거울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상처럼 그렇게 거울방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자는 이곳이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화장실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그녀는 칸막이가 되지않은 오줌냄새가 나는 양변기에 옷을 내리고 볼일을 봐야 했다.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어서 그녀가 아랫도리를 벗고 볼일을 보는 모습까지도 거울에 다 비춰졌다. 그래서 그녀는 볼일을 볼 때마다 강한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좀 더 과감해져 갔다. 처음 몇번은 수치심에 치를 떨었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되니까 이제는 당연한 행동처럼 시원하게 아랫도리를 내놓고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곤 했다. 이상하게 일상적인 행위는 낯선것에서 친근하고 편안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은 흉잡힐 행동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하거나 어찌보면 뻔뻔한 얼굴로 모습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양변기에 대한 어떤 논문도 써낼 수 있을 만큼 일상화 된 행위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당연하게 행해지고 그래서 그것은 그녀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정량의 음식을 먹었으니 일정량의 변을 보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하고 자신에게 되묻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아무런 의구심없이 거울을 앞에 놓고 볼일을 시원하게 보곤 했다. 그 모습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남자는 스스로의 어딘가로 부터 삶이 갇혀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생명체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외게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비약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외계인이 이 시점에서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구는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를 발견 하지 못했으며 그저 약간의 가능성으로 모든 것들을 상상에 맡기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저 하늘을 잠깐 지나쳐간 UFO만을 사진으로 찍어 그 증거를 수집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외계 생명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 외계인들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오는 존재들로써 존재할 뿐, 그것은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래서 자꾸만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이 그렇게 강인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그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외계인의 세계속으로 잘못 들어왔다고 해도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외계인의 모습이 드러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고 그 자체로도 아직은 미확인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경직되었던 목이 조금씩 풀려 나가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