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거울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상처럼 그렇게 거울방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자는 이곳이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화장실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그녀는 칸막이가 되지않은 오줌냄새가 나는 양변기에 옷을 내리고 볼일을 봐야 했다.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어서 그녀가 아랫도리를 벗고 볼일을 보는 모습까지도 거울에 다 비춰졌다. 그래서 그녀는 볼일을 볼 때마다 강한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좀 더 과감해져 갔다. 처음 몇번은 수치심에 치를 떨었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되니까 이제는 당연한 행동처럼 시원하게 아랫도리를 내놓고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곤 했다. 이상하게 일상적인 행위는 낯선것에서 친근하고 편안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은 흉잡힐 행동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하거나 어찌보면 뻔뻔한 얼굴로 모습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양변기에 대한 어떤 논문도 써낼 수 있을 만큼 일상화 된 행위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당연하게 행해지고 그래서 그것은 그녀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정량의 음식을 먹었으니 일정량의 변을 보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하고 자신에게 되묻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아무런 의구심없이 거울을 앞에 놓고 볼일을 시원하게 보곤 했다. 그 모습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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