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거울방에 갇혀 있었다.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아무 색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무의식 깊숙히 들어가 버리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어떤 기억도 그의 뇌속에서 재생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기억을 되살려 보려 했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기억은 조각난 파편으로 남아 뇌속에서 떠돌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다시 다른 파편으로 돌출되어 우주공간처런 떠돌다 사라지곤 했다. 그는 그냥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에게 갇혀있는 곳에서의 생각아라는 것도 어쩌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뇌를 한바퀴 돌며 일어났다. 그는 간절히 그렇게 혐오했던 평이한 일상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눈물이 나도록 일상으로의 삶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정말 그것은 어떤 현실을 뒤집어 쓰고서 라도 그 평이한 일성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꿈꾸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겨운 일상, 어떤 것으로부터도 새로움이란 것은 발생하지 않는 그저 무기력한 하루의 반복만 되풀이 되는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아서 되돌아 가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모두 귀찮다는 듯이 그냥 대자로 누운 채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어 버린 이곳의 공기를 그저 들이 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희망도 원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 희망은 버려진 휴지조각처럼 되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에게 세상이란 그저 거울방에서 보내지는 시간으로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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