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한번도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자꾸만 흔들린다. 그것은 어떤 형태의 흔들림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녀는 갇혀있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갖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것은 그녀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 주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에서의 삶이 하루가 그저 편안한 야외에서 즐기는 텐트 생활 쯤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어떤 부채감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은 그래서 그녀를 흔들리는 어떤 것으로 남아있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을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어떤 것에도 고민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주었다. 그녀는 너무 태평스럽게 살고 있었다. 그 편안함이 오히려 더욱 더 불안한 미래를 느끼게 할 만큼 그녀는 지금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을 만끽하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어떤 기분속에서 살고 있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이런 감정들은 어쩌면 이상적인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갇혀있음의 어떤 반항도 없이 더욱 더 강하게 갇힘을 원하는 이상심리를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저 이 상태가 좋았다. 그 어떤 변화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이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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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기서 생각의 늪을 빠져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울방에 갇힌 이후로 그는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랄까, 어떤 광폭한 에너지의 폭발 같은 것이 그를 계속적으로 괴롭혔다. 잡념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는 그것을 어떤 것들에 대한 의미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잃어버린 것들이 많을수록 인간은 단순해진다. 그리고 단순해진 뇌는 다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그것들은 그를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걱정하는 지구의 현상들 또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가 아무리 걱정을 한다해도 그것은 단지 짧은 시간의 단상일 뿐 지구를 살리는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냥 그는 거울방에 갇혀 그동안 자신이 보아 온 영상물이나 타큐나 영화나 책에서 보아 온 현상들을 그냥 떠올리고 있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무능력하다. 지금의 그는 고작 이 좁은 공간에서 그저 숨쉬기만 겨우하는 인간으로 잔락해버린 보잘것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자신이 비참해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는 더이상 지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가 생각하는 지구는 영원히 그 모습으로 존재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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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궁금증에 시달렸다. 거울방에 대한 깊숙한 궁금증은 이제 그 의미를 탈피하려고 한다. 잊혀지는 것들이 흘러가는 것들이 시간이 정지 된 것들이 거울방 안에서는 어떻게 변해버리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몹시도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그녀의 의식 너머에 머물러 있을 뿐 그녀는 거울방을 어떤 방향으로든 변형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거울방은 변형되지 않는다. 다만 거울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만 변형될 뿐이었다. 일시적인 변형이 이루어진다. 거울에 비춰진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거울을 바라보거나 옷을 모두 벗고 나체인 상태로 거울을 깊숙히 바라보곤 했다. 그녀의 벗은 몸은 나선형의 에스라인으로 뻗어 있었고 그렇게 살집이 없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듯이 그녀는 더욱 더 고혹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고 다리를 약간 벌린 채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누드모델처럼 그렇게 그녀는 포즈를 취했다. 거울은 이상한 모습으로 흐물거렸다. 그녀의 몸이 세련된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매음굴의 창녀처럼 비릿한 냄새를 뱉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그런 감정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매순간 정숙해야 했던 육체에 대한 관념들을 한순간에 벗어버리고 파괴시켜 버리고 싶다는 강한 의도가 그녀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벌거 벗은 채 가장 순수한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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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한가롭게 바다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계속적으로 흔들리며 유영하는 바다 생물들을 계속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쓰나미가 일어났다. 바다폭풍은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바다의 생물들을 모두 죽여 없애려는 듯이 사납게 몰아쳤다. 쓰나미는 거대한 높이의 파도를 일으켜 육지의 섬을 삼켜버리고 다시 도시를 점령해버렸다. 건물도, 병원도 학교도 공공시설도 도로도 다리도 모두 파괴되어 버린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부서진 잔해들만 남고 썩은 인간들의 시체와 떠내려가는 돼지떼와 소떼들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지구의 멸종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그는 쓰나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삶이었다. 바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그에게로 다가온다. 그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았던 눈을 번쩍뜬다. 서서히 잔인하게 휩쓸고 간 쓰나미의 잔상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여기서 생각의 늪을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는 한가롭지 않다. 마냥 따뜻하지도 않다. 그저 깊숙히 가라앉았다가 불같이 격로하여 다시 들고 일어나 버린다. 어디에서부터 그 소름끼치는 현상들이 발생할 것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지점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좌선을 하고 펀안한 바다를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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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흔들리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여자의 현재가 여자를 흔들리게 만들더라도 여자는 끝까지 굳건하게 나무처럼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채 살아가리라고 굳에 다짐했다. 서서히 흘러가는 것들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저 시간의 흐름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이 그냥 편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현실속에서 하루를 전쟁처럼 살았던 그런 어제가 이제는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또다른 세계로 자신의 시간들이 건너가 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절한 시간의 흐름들 속에서 그녀는 살아왔으며 이제 그 흐름의 시간들은 모두 지워져 그냥 하나의 관념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서서히 움직이는 삶을 원했다. 어제의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 어제의 지친 바쁜 삶이 아니라 오늘의 한가한 삶을 그렇게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서러운 일을 괴로웠던 일을 후회되는 일을 떠올리지 않았다. 뭔가 한순간에 잊혀지는 것들은 그래서 몹시도 흔들리며 흘러간다. 이제 그녀는 전혀 다른 세상에 던져진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흐르는 이 모든 것들속에 기꺼이 자신의 존재를 던져 넣을 것이다. 과감히 아무런 망성임도 없이 그렇게 내던질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거울방 속에서 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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