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한가롭게 바다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계속적으로 흔들리며 유영하는 바다 생물들을 계속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쓰나미가 일어났다. 바다폭풍은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바다의 생물들을 모두 죽여 없애려는 듯이 사납게 몰아쳤다. 쓰나미는 거대한 높이의 파도를 일으켜 육지의 섬을 삼켜버리고 다시 도시를 점령해버렸다. 건물도, 병원도 학교도 공공시설도 도로도 다리도 모두 파괴되어 버린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부서진 잔해들만 남고 썩은 인간들의 시체와 떠내려가는 돼지떼와 소떼들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지구의 멸종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그는 쓰나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삶이었다. 바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그에게로 다가온다. 그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았던 눈을 번쩍뜬다. 서서히 잔인하게 휩쓸고 간 쓰나미의 잔상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여기서 생각의 늪을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는 한가롭지 않다. 마냥 따뜻하지도 않다. 그저 깊숙히 가라앉았다가 불같이 격로하여 다시 들고 일어나 버린다. 어디에서부터 그 소름끼치는 현상들이 발생할 것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지점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좌선을 하고 펀안한 바다를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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