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궁금증에 시달렸다. 거울방에 대한 깊숙한 궁금증은 이제 그 의미를 탈피하려고 한다. 잊혀지는 것들이 흘러가는 것들이 시간이 정지 된 것들이 거울방 안에서는 어떻게 변해버리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몹시도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그녀의 의식 너머에 머물러 있을 뿐 그녀는 거울방을 어떤 방향으로든 변형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거울방은 변형되지 않는다. 다만 거울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만 변형될 뿐이었다. 일시적인 변형이 이루어진다. 거울에 비춰진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거울을 바라보거나 옷을 모두 벗고 나체인 상태로 거울을 깊숙히 바라보곤 했다. 그녀의 벗은 몸은 나선형의 에스라인으로 뻗어 있었고 그렇게 살집이 없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듯이 그녀는 더욱 더 고혹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고 다리를 약간 벌린 채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누드모델처럼 그렇게 그녀는 포즈를 취했다. 거울은 이상한 모습으로 흐물거렸다. 그녀의 몸이 세련된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매음굴의 창녀처럼 비릿한 냄새를 뱉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그런 감정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매순간 정숙해야 했던 육체에 대한 관념들을 한순간에 벗어버리고 파괴시켜 버리고 싶다는 강한 의도가 그녀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벌거 벗은 채 가장 순수한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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