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기서 생각의 늪을 빠져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울방에 갇힌 이후로 그는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랄까, 어떤 광폭한 에너지의 폭발 같은 것이 그를 계속적으로 괴롭혔다. 잡념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는 그것을 어떤 것들에 대한 의미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잃어버린 것들이 많을수록 인간은 단순해진다. 그리고 단순해진 뇌는 다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그것들은 그를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걱정하는 지구의 현상들 또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가 아무리 걱정을 한다해도 그것은 단지 짧은 시간의 단상일 뿐 지구를 살리는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냥 그는 거울방에 갇혀 그동안 자신이 보아 온 영상물이나 타큐나 영화나 책에서 보아 온 현상들을 그냥 떠올리고 있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무능력하다. 지금의 그는 고작 이 좁은 공간에서 그저 숨쉬기만 겨우하는 인간으로 잔락해버린 보잘것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자신이 비참해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는 더이상 지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가 생각하는 지구는 영원히 그 모습으로 존재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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