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이제 더이상 탈출을 꿈꾸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아득한 것들에 대한 현상이었다. 그는 탈출을 포기하면서 무기력해지는 자신의 신경줄을 조여주느라고 운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는 방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도 운동하기를 좋아해서 각종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배워 놓을 지경이엇다. 그래서 그는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과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운동까지 심지어 도구를 쓰는 운동까지도 모조리 배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운동이라고 하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대련에서도 지지않는 투철한 프로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번도 시합에서 져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그는 단단한 몸과 운동의 과학적인 측면까지도 세세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역학적인 것과 인간의 몸의 수축과 이완, 근육의 역학적 법칙까지도 모두 공부해 버린 사람의 몸이 바로 그의 몸이었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 놓여져 있어도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그는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승리를 거버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게으름을 떨쳐버리고 매일 적당량의 연습을 계속해왔다. 그 꾸준한 성실성이 그의 몸을 만들고 근력을 만들고 그의 몸을 적당한 형태로 만들어 주었다. 그의 배에 새겨진 초콜릿 복근은 거저 된 것이 아니었다. 피나는 운동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끈질긴 하루하루를 그렇게 몸만드는 시간으로 꽉 채워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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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환상을 꿈꿨다. 여자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잠을 잤다. 아주 푹 자고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는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여자는 춘곤증 걸린 사람처럼 그렇게 푹 절여진 배추속 처럼 늘어지게 잠에 빠져들곤 했다. 그렇게 그녀의 잠은 계속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여자의 잠은 어떤 방해도 받지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더 잠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떤 그리움들이 어떤 사랑조차도 꿈속으로 끌고 들어가 그녀의 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여자는 꿈속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곤 했다. 남자는 언제나 그녀를 끔찍하게 위해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따뜻한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거나 그녀의 등뒤로 그녀를 포근히 껴안아 주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와의 사랑을 깊고 짙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잠든 사이에 꿈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더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꿈속으로 들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의 잠버릇은 이상하고 기묘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오로지 잠을 향한 질주로 향하도록 만들어진 그녀의 시간들은 그래서 더욱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잠을 자야 그속에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이상한 현상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현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방바닥에 드러누워 눈을 지긋이 감고 잠을 청한다. 그녀는 어느새 새근거리면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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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전히 거울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거울방은 남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생기면 남자는 그곳을 어떻게든 파고 들어가 거울을 깨고서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엇다. 그는 조금씩 이라도 거울과 거울이 맏닿은 곳을 손바닥으로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거울과 거울이 맞닿은 곳은 어떤 균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꼼꼼하게 마감처리를 해서 거울벽은 마치 하나의 거울로 벽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깨끗하게 벽면에 붙여져 있었다. 그는 사각의 벽면을 꼼꼼한 시선으로 둘러 보았다. 그러나 어떤 곳도 조금의 균열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일일이 손바닥을 거울에 대고 꼼꼼히 그 싸늘한 감촉을 느끼면서 조금이라도 우둘투둘한 부분을 찾아보려고 해보았지만 거울은 여전히 미끄러운 느낌만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냥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곳에서 탈출한다는 계획은 포기해 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그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매일 똑 같은 하루를 보낸다는 것만큼 지루하고 피곤한 일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무기력하게 숨만 쉬며 살아간다는 것만큼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그런 무기력에서 벗어나려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운동은 또다른 몸의 근육들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육체적인 움직임은 그래서 사람의 정신까지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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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그랬다. 여자의 환상이 미끌거리는 미역줄기처럼 흐물거려도 여자는 그것이 좋았다. 그녀의 내면은 자꾸만 미끌거렸다. 그래도 그녀의 무엇인가는 계속해서 그런 느글거리는 미끌거림에 집착하고 있었다. 끝없는 집착의 연속성 안에서 그녀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흔들리는 겨울바람속을 뚫고 걸어가는 그녀 자신처럼 보였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처럼 을씨년스럽고 추운 것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겨울만 되면 옷을 껴입었고 가느다란 목덜미에는 목도리를 하고 모자를 썼다. 그녀는 여러개의 모자를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나름대로 패션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번도 간단하게 옷을 차려입지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그래서 많은 양이 옷걸이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걸려있거나 드레스룸을 따로 만들어서 정갈하게 정돈해 놓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에는 그래서 언제나 그녀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이 항상 열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거나 대충 걸쳐입고 나가도 그것이 그 해의 유행하는 옷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유행을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래서 언제나 환상속에서도 옷을 차려 입곤 했다. 그녀는 그런 계절의 시간속에서 새로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환성속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옷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환상속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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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점점 더 깊어져가는 어떤 현상들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어떤 그 무엇이 되어 그를 단순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철저히 벗어난 시간들을 다시 흡수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의 그 시간들은 이제 끝이나고 다시 복잡하고 어지럽고 흔들리는 시간들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한다는 그 사실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점저 더 깊숙히 그는 침잠하는 자신을 본다. 서서히 천천히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나 삶은 여지없이 그의 긴 목덜미를 싸늘한 겨울바람에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그의 길고 추워보이는 목을 감싸 줄 머플러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잠바 자크를 목까지 올리고 머리를 최대한 숙인 채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한다.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이 빌어먹을 정신을 모조리 파괴시켜버린 채 살고 싶었다. 조용히 흩어지는 그 무엇도 바라보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지점은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그는 이제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었다. 그의 일상은 이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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