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점점 더 깊어져가는 어떤 현상들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어떤 그 무엇이 되어 그를 단순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철저히 벗어난 시간들을 다시 흡수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의 그 시간들은 이제 끝이나고 다시 복잡하고 어지럽고 흔들리는 시간들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한다는 그 사실이 그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점저 더 깊숙히 그는 침잠하는 자신을 본다. 서서히 천천히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나 삶은 여지없이 그의 긴 목덜미를 싸늘한 겨울바람에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그의 길고 추워보이는 목을 감싸 줄 머플러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잠바 자크를 목까지 올리고 머리를 최대한 숙인 채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한다.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이 빌어먹을 정신을 모조리 파괴시켜버린 채 살고 싶었다. 조용히 흩어지는 그 무엇도 바라보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지점은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그는 이제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었다. 그의 일상은 이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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