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그랬다. 여자의 환상이 미끌거리는 미역줄기처럼 흐물거려도 여자는 그것이 좋았다. 그녀의 내면은 자꾸만 미끌거렸다. 그래도 그녀의 무엇인가는 계속해서 그런 느글거리는 미끌거림에 집착하고 있었다. 끝없는 집착의 연속성 안에서 그녀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흔들리는 겨울바람속을 뚫고 걸어가는 그녀 자신처럼 보였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처럼 을씨년스럽고 추운 것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겨울만 되면 옷을 껴입었고 가느다란 목덜미에는 목도리를 하고 모자를 썼다. 그녀는 여러개의 모자를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나름대로 패션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번도 간단하게 옷을 차려입지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그래서 많은 양이 옷걸이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걸려있거나 드레스룸을 따로 만들어서 정갈하게 정돈해 놓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에는 그래서 언제나 그녀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이 항상 열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거나 대충 걸쳐입고 나가도 그것이 그 해의 유행하는 옷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유행을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래서 언제나 환상속에서도 옷을 차려 입곤 했다. 그녀는 그런 계절의 시간속에서 새로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환성속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옷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환상속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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