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이제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거울방 밖의 생활이 간절히 그리웠다. 아무리 거울방을 사랑하려고 애써도 그녀는 어떤 깊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더이상 느려터지고 답답한 거울방을 이제 떠날 때가 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거울방의 한가운데에 무릅을 꿇은 채 조용하게 앉아서 두손을 모았다. 거울방을 씨씨티비로 관찰하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두손을 비비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가게 해주세요. 여기는 더이상 있을 수가 없어요.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같아요. 더는 이 답답하고 변화가 없는 이곳이 싫어서 미칠 지경이에요. 제발 나를 이곳에서 내보내 주세요. 그녀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관찰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울방안은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고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더 초라한 표정으로 손을 싹싹 비비며 간절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기도는 점점 더 신명이 난듯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결단코 이곳을 탈출하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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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흔들리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의 흔들림은 어떤 기다란 시간의 흐름속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올라오는지도 모른 채 남자는 묵묵히 흩어지려는 감정을 옥죄어 놓고 있었다. 그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답답함을 이겨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 삶을 생각하기로 했다. 천천히 사랑을 읊조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깊숙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의 시간 아래로 비짝 엎드릴 때까지 그는 기다릴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안다. 그런 세상은 오지않을 것이라고 그런 세상은 잊혀진 세상일 거라고, 이제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시간의 이미지들을 모두 포기해 버리기로 했다. 그의 거부반응은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른 채 흘러가고 있었다. 차라리 모두 버리는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철저히 그의 모든것을 버리는 것, 그것은그를 다시 태어나게 해줄지도 모른다. 처절하게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버려버릴 것인가, 그는 쉼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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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이제 서서히 이곳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떤 그리움들이 마구 올라오는 것이었다. 여자는 남자친구가 극도로 보고 싶어서 못견딜 지경이 되었다. 여자의 남친은 아주 평범하게 생겼다. 적당히 잘 생겼고 적당한 직장에 다니고 연봉도 적당한 수준을 받고 있었다. 남친의 몸은 적당히 평범하게 만들어졌다. 근육도 적당히 있었고 적당량의 음식을 먹었고 적당히 운동을 하곤 했다. 그리고 여자를 위해서 적당한 데이트 비용과 여행에 필요한 돈을 쓸 줄 알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돈으로 지불하는 한심한 인간은 아니었다. 남친의 경제관념은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곤 했다. 여친에게 명품빽을 선물하는 일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친은 한번도 값비싼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남친은 되도록이면 여자에게 선물을 하지 않았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노점상에서 파는 강아지 인형을 사준다거나 저렴한 겉보기만 화려해 보이는 오천원하는 목거리나 머리핀을 선물하곤 했다. 남친은 선물이란 그냥 마음이 담기면 되는 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여자는 그런 남친이 싫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절제된 경제관념이 여자의 미래를 밝게 해줄 것이라고 깊게 생각하곤 했다. 여자는 그런 남친이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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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이 남자는 싫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운동으로 하루라는 시간을 채워도 시간은 여전히 남아 돌았다. 그렇다고 24시간을 운동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강한 어떤 힘을 요구했지만 그에게는 그런 힘이 없었다. 체력은 적정 한도가 지나면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거울방 안의 공기속에 있는 산소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헉헉거리며 운동을 하고도 남을 만큼의 산소공급은 되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일정 시간의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었다. 절대로 대충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끈질긴 근성은 그래서 빛을 발한다. 그의 팔뚝의 근육은 금방이라도 담을 타고 넘을 것같은 능구렁이를 연상시켰다. 그는 온 몸이 그렇게 이글거리는 근육으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어떤 꿈틀거림이 그의 모든 근육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그런 몸을 그는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단단한 몸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미스터 코리아 선발 대회라도 나가는 사람처럼 그는 열심히 운동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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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는 잠자기를 취미삼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현실속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잠속에서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굳이 혼자만의 공간인 거울방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더 잠을 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잠이 들면 그녀의 몸이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어떤 고승이 느끼는 수련의 한 과정처럼 그렇게 자신의 몸이 방바닥을 떠나 공중부양하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의 몸이 높게 올라가 천정 가까이까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잠에서 느끼는 어떤 스릴감일 뿐 깨어나고 나면 그녀는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져 버리곤 했다. 흡사 절벽 아래로 한없이 굴러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것과 같은 감정이 뒤엉키곤 했다. 그래도 그녀는 꿈속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오직 그를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존재를 버리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허무하고 초라한 일이었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그녀는 너무 잔인한 이 순간들 때문에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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