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붉은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화성의 가장자리는 연신 붉은 화염으로 솟아올라 그 높이를 측정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지구의 과학자들은 연신 고기를 갸웃거리며 안타까워 했다. 더이상 화성에 대한 연구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게 되었다. 화염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수십년 동안 화성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찼던 박사들은 이제 모두 지쳐 버린 것이다. 화성만이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이제 화성은 태양 다음으로 뜨거운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이런 증거는 모든 가능성들을 막아 버리기에 충분했다. 과학자들은 더이상 연구를 계속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성의 화염이 정지 상태가 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정말 답답한 긴 기다림이 박사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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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우거진 숲에는 겨울 내내 겨울바람에 서로의 몸을 비비며 울고 있는 나무들이 산다. 나무들은 점점 더 입고 있던 낙엽ㄴ\옷을 떨궈낸다. 나무는 온 힘을 다하여 낙옆의 끄트머리를 잡아 단단히 가지 끝에 꽉 잡아 매려 안간힘을 쓰지만 차가운 바람은 끝내 그런 잎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댕겨 땅위로 떨어 뜨리고 만다. 나무는 겨우내 발가벗은 모습으로 온 몸을 오그린 채 고개를 숙이고 하늘로 내뻗던 팔을 최대한 굽히고 있다. 나는 그런 나무 기둥을 두 팔로 안는다. 겨울나무가 꼭 내 모습 같아서 꺼끌거리는 나무의 피부에 나의 따뜻한 뺨을 비비며 팔에 힘을 주며 더 세게 나무 기둥을 끌어 안는다. 나무는 이제야 서서히 감았던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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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어떤 것도 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어떤 시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산문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일기 일 수도 있고 그냥 하루를 담담하게 적어가는 글쓰기가 되거나 아니면 과학소설의 한장면이 되기도 할 것이다. 지렁이가 눈비 내리는 거리를 흐느적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지렁이는 천천히 온 몸을 비틀며 도로위를 기어가고 있다. 꽝꽝 언 도로는 너무 미끄러워서 차들은 다니지 않았다. 그래도 지렁이는 열심히 몸을 비틀며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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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이제 이곳에서 탈출하는 꿈만 꾸고 있었다. 점점 더 흘러가는 것들이 이제는 모두 막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거울방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제 아무런 기도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곳을 빠져 나갈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이곳에서 주는 밥이나 먹고 공기청정기에서 흘러나오는 공기를 마셔대며 그저 버티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거울방은 아무런 이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기거하는 하나의 이상한 방일 뿐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공간인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알은 흡사 모래알 처럼 느껴졌다. 어떤 기약없음의 시간들이 여자의 시간들을 좀 먹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녀는 한톨의 밥도 제대로 목구멍 안으로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대로 여기서 죽어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 때문에 음식이 무슨 맛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상상속에서 살기를 원했다. 거울방을 벗어나버린 그녀가 과거에 그렇게 진저리를 치던 그 현실 사이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했다. 아니 그보다는 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상상을 계속하는 것외에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이제 그녀는 이 거울방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꿈만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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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제 더이상의 바램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생각은 이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그가 이제까지 상상하거나 원했던 모든 것들은 이제 어떤 의미로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그저 이 거울방의 입구가 스르르 열리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굳이 거울방을 관찰하고 있는 그 누군가를 향해 어떤 간청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살고 하루를 보내버리는 무기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이곳을 생각의 중추에서 없애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이 거울방은 처음부터 없었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없었으므로 거울방의 존재를 이제는 완전히 없애버린 전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생각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허허벌판인 사막의 모래언덕을 떠올렸다. 그곳은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그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거울방은 뜨겁고 화끈거리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를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시켜 다시는 그 답답한 거울방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심정으로 바꿔 놓았다. 그의 몸은 사막의 햇살에 따뜻하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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