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이제 이곳에서 탈출하는 꿈만 꾸고 있었다. 점점 더 흘러가는 것들이 이제는 모두 막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거울방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제 아무런 기도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곳을 빠져 나갈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이곳에서 주는 밥이나 먹고 공기청정기에서 흘러나오는 공기를 마셔대며 그저 버티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거울방은 아무런 이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기거하는 하나의 이상한 방일 뿐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공간인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알은 흡사 모래알 처럼 느껴졌다. 어떤 기약없음의 시간들이 여자의 시간들을 좀 먹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녀는 한톨의 밥도 제대로 목구멍 안으로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대로 여기서 죽어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 때문에 음식이 무슨 맛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상상속에서 살기를 원했다. 거울방을 벗어나버린 그녀가 과거에 그렇게 진저리를 치던 그 현실 사이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했다. 아니 그보다는 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상상을 계속하는 것외에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이제 그녀는 이 거울방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꿈만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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