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이제 더이상의 바램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생각은 이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그가 이제까지 상상하거나 원했던 모든 것들은 이제 어떤 의미로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그저 이 거울방의 입구가 스르르 열리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굳이 거울방을 관찰하고 있는 그 누군가를 향해 어떤 간청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살고 하루를 보내버리는 무기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이곳을 생각의 중추에서 없애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이 거울방은 처음부터 없었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없었으므로 거울방의 존재를 이제는 완전히 없애버린 전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생각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허허벌판인 사막의 모래언덕을 떠올렸다. 그곳은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그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거울방은 뜨겁고 화끈거리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를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시켜 다시는 그 답답한 거울방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심정으로 바꿔 놓았다. 그의 몸은 사막의 햇살에 따뜻하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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