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고수의 하늘
폴 새뮤엘슨이 서재에서 찍은 사진이 소개되었다. 서가 한 켠에 칼 마르크스 이름이 책 등에 찍힌 책들이 보였다. 우리 집 서재 한 쪽에 에밀리 브론테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책들이 나란한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관심의 대상이 다른 만큼 다른 책들이 꽂혀 있었다. 차가운 창 너머 한바탕으로 흐린 하늘 아래를 직박구리 한 마리가 파도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_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의 먹구름, 흰 구름, 불타오르는 노을, 밤하늘에 새촘하게 뜬 초승달, 자정의 달무리, 어둠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작가님 글에서요.
_베를렌 시 '하늘은 지붕 위로'(1881)를 볼게.
하늘은 지붕 위로
저리도 쪽빛 띠고 가만한데,
나무 한 그루,
지붕 위로 손사래 내젓는다.
하늘 속 솟은 종
은은히 읊어오는데,
나무 위 새 한 마리,
제 설움 노래한다.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
Si beau, si calme!
Un arbre, par-dessus le toit,
Berce sa palme.
La cloche, dans le ciel qu'on voit,
Doucement tinte,
Un oiseau sur l'arbre qu'on voit,
Chante sa plainte.
_에밀리 브론테 시를 읊을게요.
저 쓸쓸한 호수 저 한밤의 하늘
구름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저 핼쓱한 달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나가며 사각사각 저 볼멘 속삭임
지금 내 마음에 그리 슬피 와 닿네
내 기쁨을 그리 외로이 죽여 놓네
가만두어라 호수든 하늘이든 달이든 속삭임이든 모두 피어나 빙그레
그러나 내내 제 뿌리는 모두 죽어갈 것을
아아
That dreary lake that midnight sky
That wan moon struggling through the cloud
That sullen murmur whispering by
As if it dared not speak aloud
Fall on my heart so sadly now
Wither my joy so lonely
Touch them not they bloom and smile
But their roots are withering all the while
Ah
_별도 없는 좀 흐린 날 밤에 하늘을 보니 달이 구름에 갇혔네. 마침내 달이 어렵게 나타나 쓸쓸하던 세상이 환해지니 꽃 핀 세상, 미소 짓는 세상이 되는구나.
_달은 멈춰 있지 않아요. 지금은 보이지는 않지만 다가올 시간에 달은 질 것이고 어둠은 세상을 덮을 것이고... 그 사이 보이지 않는 제 뿌리는...
근린공원 하늘이 발을 디딘 곳을 다녀온 남편이 직박구리가 부리를 크게 벌리고 새소리를 내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담아오고 보여줬다.
_직박구리가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지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가 봐요. 아, 더 크게 벌려봐요. 배에다 힘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