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년은 세계 전체를 그린 지도 '세계의 무대'가 출판된 해다. 세계 최초의 근대적 지도다. 오늘날 벨기에도 포함하는 옛 네덜란드의 앤트워프에서였다. 당시에 유럽의 경제와 예술의 수도 역할을 한 도시였다. 지도에는 중국과 일본이 보인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반도는 그려져 있지 않다. 한 세기 가까이 지나서야 한반도에 자리 잡은 조선이 서양 사회에 알려진다. 1668년의 '하멜 표류기'라고도 하는 네덜란드 인 하멜의 '하멜 보고서'에 의해서다.  

 

_맹꽁이는 이 도시의 움직이는 고지도 같았다. 작가님 글에서요.
_움직이는 고지도가 걸어다니는 사전처럼 재밌네.
_폭풍의 언덕 소설이 전개되는 무대를 그린 지도가 담긴 사이트가 있어요. 일본이에요. 한자문화권이라서 한자를 읽어 이해해볼 수가 있어요. 다음 사이트의 지도를 클릭하면 돼요.  

 

http://www.ne.jp/asahi/wonder-island/wahhahha/timespace/bronte/wuther/map.htm 

도쿄 오분샤(旺文社)에서 문고로 출간한 '폭풍의 언덕' 일어 번역판(1967)에도 ‘폭풍의 언덕’ 소설 무대의 지도가 있지요. 몇 해 전에 서울 마포에 사는 어느 분이 어린이용 ‘폭풍의 언덕’을 쓰고 있는데 이 지도를 봤으면 좋겠다고 하여 소개를 해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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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고수의 하늘

폴 새뮤엘슨이 서재에서 찍은 사진이 소개되었다. 서가 한 켠에 칼 마르크스 이름이 책 등에 찍힌 책들이 보였다. 우리 집 서재 한 쪽에 에밀리 브론테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책들이 나란한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관심의 대상이 다른 만큼 다른 책들이 꽂혀 있었다. 차가운 창 너머 한바탕으로 흐린 하늘 아래를 직박구리 한 마리가 파도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_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의 먹구름, 흰 구름, 불타오르는 노을, 밤하늘에 새촘하게 뜬 초승달, 자정의 달무리, 어둠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작가님 글에서요.
_베를렌 시 '하늘은 지붕 위로'(1881)를 볼게. 
 

하늘은 지붕 위로
저리도 쪽빛 띠고 가만한데,
나무 한 그루,
지붕 위로 손사래 내젓는다.

 

하늘 속 솟은 종 
은은히 읊어오는데,
나무 위 새 한 마리,
제 설움 노래한다.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
Si beau, si calme!
Un arbre, par-dessus le toit,
Berce sa palme.

 

La cloche, dans le ciel qu'on voit,
Doucement tinte,
Un oiseau sur l'arbre qu'on voit,
Chante sa plainte. 
 

_에밀리 브론테 시를 읊을게요. 
 

저 쓸쓸한 호수 저 한밤의 하늘
구름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저 핼쓱한 달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나가며 사각사각 저 볼멘 속삭임
지금 내 마음에 그리 슬피 와 닿네
내 기쁨을 그리 외로이 죽여 놓네 

 

가만두어라 호수든 하늘이든 달이든 속삭임이든 모두 피어나 빙그레
그러나 내내 제 뿌리는 모두 죽어갈 것을
아아

 

That dreary lake that midnight sky
That wan moon struggling through the cloud
That sullen murmur whispering by
As if it dared not speak aloud
Fall on my heart so sadly now
Wither my joy so lonely  
 

Touch them not they bloom and smile
But their roots are withering all the while
Ah

 

_별도 없는 좀 흐린 날 밤에 하늘을 보니 달이 구름에 갇혔네. 마침내 달이 어렵게 나타나 쓸쓸하던 세상이 환해지니 꽃 핀 세상, 미소 짓는 세상이 되는구나.
_달은 멈춰 있지 않아요. 지금은 보이지는 않지만 다가올 시간에 달은 질 것이고 어둠은 세상을 덮을 것이고... 그 사이 보이지 않는 제 뿌리는... 
 

근린공원 하늘이 발을 디딘 곳을 다녀온 남편이 직박구리가 부리를 크게 벌리고 새소리를 내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담아오고 보여줬다.
_직박구리가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지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가 봐요. 아, 더 크게 벌려봐요. 배에다 힘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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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의 진행에서 어느 속도로 할 것인가? 대로를 달리듯 막 나갈 것인가? 스피드가 주는 쾌감은 얻을지 모른다. 방향 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소모도 많거니와 맞바람도 으레 생긴다. 오솔길 걷듯 해보자. 답답한 것은 익숙해지면 편안한 것으로 바뀐다. 힘도 적게 들고 승리감도 스르르 스며든다. 

_어디든 걸어서 간다. 학교도 걸어서 오고 집도 걸어서 간다. 작가님 글이에요.
_학교와 집을 걸어서 오가는 것이 재밌게 표현되었네. 어디든 걸어서야.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 걷기를 이야기해볼까.
_걷기의 수확이 있어요.

버섯 이야기가 귀하게 나옵니다. 때는 시월 말 아니면 십일월 초쯤... 숲의 산책길입니다. 이끼가 조금 있는 구석자리도 있고, 빛이 바랜 풀이 떼처럼 붙어 있는 데도 있고... 버섯은 제 밝은 귤빛 갓을 쫙 펴고 있습니다. 갈색 잎새가 쌓인 사이로 말이지요. 이게 무슨 버섯일까요?

소설 속 장면으로 들어가보죠.
캐서린(Jr.)은 [...] 뛸 일도 없고 서두를 일도 없는 만큼 그냥 걷기로 했군요. 중간중간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넋을 잃고 생각에 잠긴 곳은 [...] 갈색 잎새가 쌓인 사이로 밝은 귤빛 갓을 쫙 편 버섯이 하나 돋아난 데 [...]

she [...] continued sauntering on, pausing, at intervals to muse over [...] a fungus spreading its bright orange among the heaps of brown foliage; [...]
('폭풍의 언덕' 제22장(제2부 제8장))

버섯에 해당하는 단어가 원문에 'fungus'로 나오네요. 시월 말 아니면 십일월 초쯤에 나오고 밝은 귤빛 갓을 쫙 펴고 있는 버섯의 이름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폭풍의 언덕'에서 내놓은 퀴즈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섭니다.) 우스개로 'fun guy'라고 하는 'fungi'는 'fungus'의 복수형.

'Orange peel fungus'라는 버섯이 있네요. 국제통용 아이디(학명)는 알레우리아 아우란티아(Aleuria aurantia). 어쩌다 길 가는 사람에게는 내다버린 귤 껍질처럼 보일 수 있고... 크기는 갓의 지름이 큰 것은 8cm, 대개 3~5cm... 요리하면 먹을 수 있고... 가을, 초겨울에도 볼 수 있고... 

에밀리 브론테가 독자에게 낸 퀴즈(?)의 정답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이 아이디(학명)로 우리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이름은 '주발'을 닮았다 하여 '들주발버섯'.
불탄 자리나 도로변의 나뭇가지 밑에 자생하며 숯을 구운 자리에서 쉽게 채집된답니다.(참고 : 문교부 발행(1985년) 한국동식물도감 버섯류 편.)  

벨기에 플랑드르에 있는 대학에서 마련한 사진 두 점이 있는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아름답네요. 클릭~을 권합니다.

http://www.kulak.ac.be/facult/wet/biologie/pb/kulakbiocampus/paddestoelen/00-10-13/2000-002.jpg
http://www.kulak.ac.be/facult/wet/biologie/pb/kulakbiocampus/paddestoelen/00-10-13/2000-003.jpg

다음은 핀란드 라이자 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데이타 디자이너 경력 삼십수 년 할머니의 홈페이지(http://home.swipnet.se/Raijas_Home/)에 있는데 버섯 추천 사이트 정리가 좋습니다. 그럼 사진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http://sienet.luontonetti.com/en/sivut/aleuria_auranti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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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여객선이 미국 모하비(Mojave) 사막에서 고고의 소리를 내고 우주관광시대가 우리들 앞에 다가왔다. 영국의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사가 20만 달러짜리 우주관광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반복된 꿈이었다, 1960년대에 미국 항공사 팬 암(Pan Am)에서 달 세계 여행 예약을 받았고 부도가 났고 꿈은 깨졌다. 우주가 우리를 불러내어 켜켜이 쌓인 어둠 속에서 우리가 살던 푸른 지구를 구경할 날이 가까워졌다.   

_반복된 꿈을 꾼다. 누가 부르는 것 같아 문을 열고 나가보면 켜켜이 쌓인 어둠뿐이다. 작가님 글에서요.
_반복, 켜켜이. 멋지고 재밌네.
_암흑과 침묵을 헬렌 켈러가 말한 적이 있어요. 모든 것이 경이롭다며 암흑과 침묵조차도 그렇다는군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하기를 배운다는 헬렌 켈러...  

 

Everything has its wonders, even darkness and silence, and I learn, whatever state I may be in, therein to be content.
―Helen Keller (1880∼1968)

 

_에밀리 브론테 소설 제12장 중간쯤에 나오는 내용인데...

달도 없고 지상의 모든 것이 안개 같은 어둠 속에 있군. 멀고 가까운 것을 따질 필요도 없이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 한 채 없다. 오래 전에 불을 껐군. 폭풍의 언덕 집(워더링 하이츠) 불빛은 캐시가 시집와 사는 곳에서는 본디 보이지 않지. 캐시는 그 친정집에서 불빛이 환하게 비치는 것을 봐. 우기는군.

There was no moon, and everything beneath lay in misty darkness: not a light gleamed from any house, far or near all had been extinguished long ago:  and those at Wuthering Heights were never visible -- still she asserted she caught their shining.

 

_이 무렵에 캐시는 제 정신이 아니고 이상한 징조를 보이고 있었어요.
_어둠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헬렌 켈러와 에밀리 브론테야.  

  

초등학교를 내려다보는 벽오동나무 외나무다리를 걸어가는 까치를 담아온 남편이 우주여객선 소식에 우주로 우리를 태우고 날아갈 새라고 말하고 우리 모녀는 웃음을 냈다.  

_영화배우 출신 아놀드 슈와르제네거도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행사장에 주지사 자격으로 왔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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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시에 눈이 잠 어깨를 바닥에 누르고 카운트 다운이 끝났다.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녀는 문 밖으로 나서고 가로등 불빛이 길을 밝히고 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고 도시의 하늘은 별마다 밝기를 올리고 있었다. 오리온이 시리우스와 함께 서쪽 하늘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남편이 새 관찰에 쓰는 쌍안경으로 삼태성을 기준으로 삼고 오렌지빛으로 저를 알리는 알데바란을 알아냈다. 서쪽 하늘 끝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정겨움을 안기고 있는 별들이 있었다. 쌍안경에 들어왔다. 

_플레이아데스 성단이야. 우리 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 불러.
_이목구비가 좀생이별같이 옹기종기 달라붙고 머리 뒤가 핥아 놓은 것처럼 번지르르하고….
_심훈 소설 '영원의 미소'에 나오던가.
_미니 북두칠성 같아요.      
_머리 위는 별들의 잔치네.
_작가님이 에밀리 디킨슨 시를 인용했어요. 영문학 전공 강은교 시인 역이에요.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난 걸었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로 머리맡에는 별
발밑엔 바다가 있는 것 같아

_발밑엔 바다가 있는 것 같고 하니 에밀리 브론테 시가 생각나요. 에밀리 브론테(1818년  7월 30일 생)가 열여덟 살 무렵인 1836년 7월 12일 날짜가 적혀 있는 시편이에요. 아이가 엄마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곰곰이 생각해요.

저한테 말해줘요. 방긋 웃는 아이, 저한테 말이에요.
엄마에게 지난 날이 뭐랑 같나요?
부드럽고 슬거운 어느 날 가을 저녁인가요?
바람 한 자락이 구슬피 한숨 지으며 불고 말이에요.

지금 이때는 뭔지 저한테 말해줘요.
초록빛 산야의 꽃가지인가요?
어린 새가 날아가려 오르려고
제 깜냥을 추스려 앉은 곳 말이에요.

그럼, 앞날의 즐거운 때는 뭔가요?
구름 한 점 없는 날에 해님 발치의 바다인가요?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며
눈부시게 찬란하고 어마어마한 바다 말이에요.

Tell me tell me smiling child
What the past is like to thee?
An Autumn evening soft and mild
With a wind that sighs mournfully

Tell me what is the present hour?
A green and flowery spray
Where a young bird sits gathering its power
To mount and fly away

And what is the future happy one?
A sea beneath a cloudless sun
A mighty glorious dazzling sea
Stretching into infinity  

까치도 자고 직박구리도 잠들고 산비둘기도 눈 붙이고 참새도 꿈을 꾸고 남편도 남들처럼 날 새는 줄 모르고 있었다. 남편이 동네 단골 새들이 한자리에 있을 때를 찍은 적이 있었다. 오간 말을 기억한다.
_산비둘기와 직박구리가 이웃하고 참새가 거리를 두고 있네요.
_산비둘기는 다른 새들과 잘 어울리고 직박구리는 참새를 내쫓아 참새가 눈치를 살피고 있어.   
헨델의 유쾌한 대장간(The Harmonious Blacksmith) 변주곡이 페라이어(Perahia) 피아노 솜씨에 흥겨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소니(Sony)에서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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