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에 눈이 잠 어깨를 바닥에 누르고 카운트 다운이 끝났다.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녀는 문 밖으로 나서고 가로등 불빛이 길을 밝히고 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고 도시의 하늘은 별마다 밝기를 올리고 있었다. 오리온이 시리우스와 함께 서쪽 하늘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남편이 새 관찰에 쓰는 쌍안경으로 삼태성을 기준으로 삼고 오렌지빛으로 저를 알리는 알데바란을 알아냈다. 서쪽 하늘 끝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정겨움을 안기고 있는 별들이 있었다. 쌍안경에 들어왔다.
_플레이아데스 성단이야. 우리 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 불러.
_이목구비가 좀생이별같이 옹기종기 달라붙고 머리 뒤가 핥아 놓은 것처럼 번지르르하고….
_심훈 소설 '영원의 미소'에 나오던가.
_미니 북두칠성 같아요.
_머리 위는 별들의 잔치네.
_작가님이 에밀리 디킨슨 시를 인용했어요. 영문학 전공 강은교 시인 역이에요.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난 걸었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로 머리맡에는 별
발밑엔 바다가 있는 것 같아
_발밑엔 바다가 있는 것 같고 하니 에밀리 브론테 시가 생각나요. 에밀리 브론테(1818년 7월 30일 생)가 열여덟 살 무렵인 1836년 7월 12일 날짜가 적혀 있는 시편이에요. 아이가 엄마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곰곰이 생각해요.
저한테 말해줘요. 방긋 웃는 아이, 저한테 말이에요.
엄마에게 지난 날이 뭐랑 같나요?
부드럽고 슬거운 어느 날 가을 저녁인가요?
바람 한 자락이 구슬피 한숨 지으며 불고 말이에요.
지금 이때는 뭔지 저한테 말해줘요.
초록빛 산야의 꽃가지인가요?
어린 새가 날아가려 오르려고
제 깜냥을 추스려 앉은 곳 말이에요.
그럼, 앞날의 즐거운 때는 뭔가요?
구름 한 점 없는 날에 해님 발치의 바다인가요?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며
눈부시게 찬란하고 어마어마한 바다 말이에요.
Tell me tell me smiling child
What the past is like to thee?
An Autumn evening soft and mild
With a wind that sighs mournfully
Tell me what is the present hour?
A green and flowery spray
Where a young bird sits gathering its power
To mount and fly away
And what is the future happy one?
A sea beneath a cloudless sun
A mighty glorious dazzling sea
Stretching into infinity
까치도 자고 직박구리도 잠들고 산비둘기도 눈 붙이고 참새도 꿈을 꾸고 남편도 남들처럼 날 새는 줄 모르고 있었다. 남편이 동네 단골 새들이 한자리에 있을 때를 찍은 적이 있었다. 오간 말을 기억한다.
_산비둘기와 직박구리가 이웃하고 참새가 거리를 두고 있네요.
_산비둘기는 다른 새들과 잘 어울리고 직박구리는 참새를 내쫓아 참새가 눈치를 살피고 있어.
헨델의 유쾌한 대장간(The Harmonious Blacksmith) 변주곡이 페라이어(Perahia) 피아노 솜씨에 흥겨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소니(Sony)에서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