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의 진행에서 어느 속도로 할 것인가? 대로를 달리듯 막 나갈 것인가? 스피드가 주는 쾌감은 얻을지 모른다. 방향 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소모도 많거니와 맞바람도 으레 생긴다. 오솔길 걷듯 해보자. 답답한 것은 익숙해지면 편안한 것으로 바뀐다. 힘도 적게 들고 승리감도 스르르 스며든다.
_어디든 걸어서 간다. 학교도 걸어서 오고 집도 걸어서 간다. 작가님 글이에요.
_학교와 집을 걸어서 오가는 것이 재밌게 표현되었네. 어디든 걸어서야.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 걷기를 이야기해볼까.
_걷기의 수확이 있어요.
버섯 이야기가 귀하게 나옵니다. 때는 시월 말 아니면 십일월 초쯤... 숲의 산책길입니다. 이끼가 조금 있는 구석자리도 있고, 빛이 바랜 풀이 떼처럼 붙어 있는 데도 있고... 버섯은 제 밝은 귤빛 갓을 쫙 펴고 있습니다. 갈색 잎새가 쌓인 사이로 말이지요. 이게 무슨 버섯일까요?
소설 속 장면으로 들어가보죠.
캐서린(Jr.)은 [...] 뛸 일도 없고 서두를 일도 없는 만큼 그냥 걷기로 했군요. 중간중간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넋을 잃고 생각에 잠긴 곳은 [...] 갈색 잎새가 쌓인 사이로 밝은 귤빛 갓을 쫙 편 버섯이 하나 돋아난 데 [...]
she [...] continued sauntering on, pausing, at intervals to muse over [...] a fungus spreading its bright orange among the heaps of brown foliage; [...]
('폭풍의 언덕' 제22장(제2부 제8장))
버섯에 해당하는 단어가 원문에 'fungus'로 나오네요. 시월 말 아니면 십일월 초쯤에 나오고 밝은 귤빛 갓을 쫙 펴고 있는 버섯의 이름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폭풍의 언덕'에서 내놓은 퀴즈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섭니다.) 우스개로 'fun guy'라고 하는 'fungi'는 'fungus'의 복수형.
'Orange peel fungus'라는 버섯이 있네요. 국제통용 아이디(학명)는 알레우리아 아우란티아(Aleuria aurantia). 어쩌다 길 가는 사람에게는 내다버린 귤 껍질처럼 보일 수 있고... 크기는 갓의 지름이 큰 것은 8cm, 대개 3~5cm... 요리하면 먹을 수 있고... 가을, 초겨울에도 볼 수 있고...
에밀리 브론테가 독자에게 낸 퀴즈(?)의 정답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이 아이디(학명)로 우리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이름은 '주발'을 닮았다 하여 '들주발버섯'.
불탄 자리나 도로변의 나뭇가지 밑에 자생하며 숯을 구운 자리에서 쉽게 채집된답니다.(참고 : 문교부 발행(1985년) 한국동식물도감 버섯류 편.)
벨기에 플랑드르에 있는 대학에서 마련한 사진 두 점이 있는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아름답네요. 클릭~을 권합니다.
http://www.kulak.ac.be/facult/wet/biologie/pb/kulakbiocampus/paddestoelen/00-10-13/2000-002.jpg
http://www.kulak.ac.be/facult/wet/biologie/pb/kulakbiocampus/paddestoelen/00-10-13/2000-003.jpg
다음은 핀란드 라이자 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데이타 디자이너 경력 삼십수 년 할머니의 홈페이지(http://home.swipnet.se/Raijas_Home/)에 있는데 버섯 추천 사이트 정리가 좋습니다. 그럼 사진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http://sienet.luontonetti.com/en/sivut/aleuria_auranti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