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이찬우 지음 / 이지출판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어버이날 조선일보가 신문 한 면을 내준 기사가 있었다. 이 책의 필자를 만나고 와서 올린 기획기사였다. 출판사에서 힘 좀 썼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민음사나 김영사쯤 되겠지. 출판사 이름이 잘 알려진 데가 아니었다. 그런데 신문기자가 찾아갔다면 책이 뭔가 특별하다라는 뜻이다. 책이 내용과 디자인에서 우선 제대로 만들어졌음에 틀림없다는 감이 왔다.

필자가 대학교 총장을 지낸 신부에 로마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 보나마나 지성적으로 쓴 책이겠구나 하는 선입관이 들었다. 독서를 하면서 사전이나 네이버,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지 않고 편하게 볼 책 하나 어디 없나 하는 판이었다. 그렇다고 성인 만화 같아서는 안 된다. 금쪽 같은 시간도 들이는 만큼 읽고 나서 남는 게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한다는 것.

저녁에 책을 펼치면서 커피 탈 물을 올려놓았다. 책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번역체 문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대하는 말을 담은 듯했다. 흐르는 물에 나뭇잎배가 된 기분이었다. 커피폿이 열을 내고 있었다. 커피 가루 반 스푼 가웃, 노란 농협 아카시아 꿀 두 스푼. 그래도 블랙 커피다. 

탁자 앞에 다시 앉았다. 커피 맛이 더 났다. 책 읽으면서 어려운 말, 딱딱한 내용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그만큼 안 받아서다. 감성적인 글이 감칠맛을 더했다. 커피 잔을 비워내고 나서도 책은 내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커피 맛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책은 끝 페이지 쪽으로 질주를 하고 있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달리기 결승선에서 테이프를 끊는 기분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 뭔가 얻었다는 느낌. 독서의 성공이다. 이 책은 채근담처럼 영혼을 맑게 해주는 면도 있어서 좋다. 책 제목에도 '나물'이 들어가네. 질리지 않아서 책 수명이 길 것 같은 예감이다.

책 내용 별 다섯, 디자인 별 다섯을 주고 싶다. 출판사에서 앞으로도 괜찮은 책을 내달라는 뜻으로 별 하나씩 깎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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