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 한문을 옮겨 치는 일이 오자, 탈자를 찾아내고 바로잡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인터넷 연재소설 올리는 것도 사흘을 거르고 해낸 일이었다. '崇'(숭)자가 '祟'(빌미 수)자의 잘못인 곳이 서너 군데 나왔고 문맥이 맞아 들어갔다. '책상에서 마주보고 밥을 먹는 것'은 밥상에서 그러는 것으로 바꿔쓰고 '연못이나 얼음을 밟는 듯'은 '연못에 언 살얼음 밟듯이'로 바루었다. 차례의 큰 제목, 작은 제목을 뽑아내고 교정지를 출력하여 교열자의 손에 퀵서비스로 보냈다.   

 

 _짐작대로 푸른 순이 달린 기다란 식물이 창 안으로 쓰윽 가지를 뻗치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작가님 글에서요.
_식물성 식물에 동물성 숨결이 느껴지네.
_식물의 숨결에 충무공 글이 생각나요. 
 

호남 도내의 나이가 젊고 기운이 좋은 남자는 죄다 물 위와 육지에서 하는 전투에 뽑혀갔다.
늙은 사람과 약한 사람은 군대의 양식을 실어 날랐다.
다스리는 고장의 땅에는 일손으로 남은 일꾼이 없다.
봄 석 달이 이미 지나갔다.
김매기, 북 주기 한창이고 부인들이랑 아이들이랑 함께 들녘으로 점심해가는 풍경도 있어야 할 농사 짓는 논밭이 조용하고 고요하다.
1593년 4월 6일 이순신 씀 

 

道內丁壯 盡赴水陸之戰
老弱輸糧 境無餘夫
三春已過 南畝寂然 

* 道內(도내). 어떤 도(道)의 구역 안. 여기서 '도'는 호남.
* 丁壯(정장). = 장정(壯丁). 나이가 젊고 기운이 좋은 남자.
* 盡(진). 죄다. 다.
* 赴(부). 향하여 가다.
* 水陸(수륙). 물과 육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
* 水陸之戰 (수륙지전). 물 위와 육지에서 하는 전투.
* 老弱(노약). 늙은 사람과 약한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
* 輸(수). 나르다.
* 糧(량). 양식. 여기서는 군대의 양식, 군량.
* 境(경). = 지경(地境). 일정한 테두리 안의 땅. 
* 夫(부). 일꾼. 역부(役夫).
* 三春(삼춘). 봄의 석 달.
* 南畝(남묘). 농사 짓는 논밭.
* 寂然(적연). 조용하고 고요하다.  

 

_1592년 임진장초에 실려 있는 글이지.

시경(詩經)에 '남묘'(南畝)가 보인다. 남묘는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해가 잘 드는 남향받이 농토다. 농작물이 잘 자라고, 논밭의 잡초를 뽑는 일인 김매기, 흙으로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는 일인 북 주기와 같은 농사일이 뒤따른다. 시경 구절에 '지금 남향받이 농토로 가서 김매기, 북 주기 한창이네.'가 나온다. 부인들이랑 아이들이랑 함께 남향받이 농토로 점심해가는 풍경을 그리는 구절도 있다.   

 

 

남편이 눈밭 위를 날아가는 참새 떼를 찍어 와서 네거티브로 바꾸어 보여주었다.  

_눈밭이 검은 것으로 바뀌었어요. 

_참새는 알비노(albino)로 백화현상을 일으킨 듯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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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고수의 고품격 

  오피스텔 복도 창 너머로 청와대 푸른 기와지붕이 흐린 날이라도 낮에는 눈에 들어오곤 했다. 이날은 그 위치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깃털처럼 눈이 퍼부었다. 시내버스가 시속 30km 전후로 속도를 죽여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한 자 가까이 눈이 쌓이고 있었고 등산화를 신고 미끄럼을 밀어냈다.
나무들은 가지가 휘고 있었고. 설해목이 되기까지에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백색 도시도 공포에 떨기까지 시간적 거리가 있었다. 창밖 백설에 전망을 잃고 욕설 유머 한마디가 새해를 꾸몄다.
_새해 인사를 받은 80대 명사 옹이 미국 아무개를 가리키고 그놈은 480년 하고 잤다고 말했어.
_48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사실을 의심하게 해요.
_그놈은 사방팔방 이년저년 하고 잤다는 것을 480이란 숫자로 바꾸어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_황석영 작 '삼포 가는 길' 주인공 백화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_내 배 위로 사단병력이 지나갔어.  

_무성한 잡초 속에서 실파처럼 줄기들이 솟아올라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줄기 끝에 조그만 흰 꽃들이 매달려 있었다. [중략] 나는 실란 앞에 쭈그리고 앉아 흰 꽃들을 들여다보았다. 곧 어두워지려 하고 있어 흰빛이 창백해 보였다. 작가님 글에서요.
_실파, 실란. 흰빛, 창백. 어울리네.
_두보 시구가 생각나네.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燈前細雨첨花落(등전세우첨화락) * 첨: 詹에 대 죽 머리가 있는 한자.

번역을 찾아본다.

맑은 밤 고요한데 봄 술잔을 드니
등불 앞 가는 비에 처마의 꽃 떨어진다. 

'두보 초기시 역해'(이영주/박석/이석형/김만원/김성곤 역해, 솔출판사, 1999), 467쪽에서. 박석 교수 기명이 되어 있다. 첨화가 무엇을 가리키는가. 
‘첨화’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처마 근처의 꽃이라고 보는 설이고, 하나는 처마 앞의 밤비가 가는 것이 꽃과 같다는 설이고, 하나는 처마의 물이 떨어지는데 등잔불빛 때문에 꽃과 같이 아름답다고 보는 설이다. 여기서는 첫 번째의 설을 취한다. (같은 책, 472쪽에서.)
이 역해서를 참고로 하여 졸역하고 덧글을 달아보았다.

맑은 밤 침침한데 봄 기분 잔을 들고
등불 앞 가랑비에 박꽃이 처마 아래로 떨어지고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燈前細雨첨花落(등전세우첨화락) * 첨: 詹에 대 죽 머리가 있는 한자.

맑은 밤이다. 빛이 약하여 어두컴컴하다. 침침하다. 봄 기분 술잔을 든다. 등불 앞에 가랑비가 내린다. 지붕 위에 올린 박의 흰 꽃이 처마 아래로 진다.

_난해할 수도 있는 시구이네요. 이백(李白)의 ‘山鳥下廳事/첨花落酒中’,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의 '포과공현'(匏瓜空懸)은 이해를 도와주네요. * 첨: 詹에 대 죽 머리가 있는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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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은밀한 부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작가에 따라서 기법이 다를 수 있다. 이태준의 단행본 분량 소설 '황진이'(1936)에서는 어떠할까.

 

발을 담그니 몸까지 담그고 싶어진다. 버들숲이 우거진 언덕 밑으로 가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며

 

'버들숲이 우거진 언덕'이란 표현으로 넘어갔다. 목욕 장면을 살펴보자. 
 

하도 물이 맑길래 버선을 뽑고 발을 담갔다. 발을 담그니 몸까지 담그고 싶어진다. 버들숲이 우거진 언덕 밑으로 가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며 물 위에 춤추는 낙조를 희롱하려니 멀지 않은 곳에서 홀연히 노랫소리가 흘러온다.

 

_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들에서 목욕 장면을 뽑아볼게. 전경린, 2권 분량 소설 '황진이'(2004)에서다.

 

다음 날 진은 미역 끓인 물로 정성껏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트레머리 단장을 하였다.
(제2권, p.83)
그리고 미역 끓인 물로 목욕을 시키는데, 소세양이 물을 튀겨 진도 옷을 다 버리고 함께 몸을 씻게 되었다.
"이것이라도 가져가고 싶구나. 가져가서 비단 주머니에 넣어두고 꺼내 보고 싶구나."
소세양이 진의 몸에서 검은 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속삭였다.
(제2권, p.141)

 

_소피 마르소가 왼쪽 유두 밑에 점이 있더군요. 매력적이었어요. 영화에서 봤어요.  

_칸 영화제에서는 오른쪽 가슴이 드러나서 점이 안 보였었지. 변함없이 매력이 있는 배우야. 

_최인호, 2편 분량 단편소설 '황진이2'(1972)에서다.

황진이 목욕을 하면서, 눈에 불을 밝힌 야생동물들이 으르렁으르렁 숲 사이를 지나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중략]
물은 더욱 날뛰면서 그녀의 온몸을 핥고 있었고, 그녀의 내부에서 뻗어가는 요기는 온 산을 깨우고 있었다. [중략]
암벽 사이 흘러내리는 폭포 밑에서 황진이는 팔월 보름날 방생(放生)되어 살아 힘차게 물살 헤치며 대해로 나아가는 비늘 번득이는 물고기처럼 보였다.
희디흰 젖가슴이 돋보이고 둔부가 물속에서 떠 보였다.  

 

_시를 생각할 때 내가 알고 있는 기법이 무너져 있는 거울을 낭독하는 일은 얼음 물속에 손을 집어넣을 때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가님 글에서요.
_기존 기법이 아닌 창의적인 것이 찬 얼음물에 손 담그고 정신이 모이는 느낌이었구나.
_두운법의 활용을 이야기해봐요.
_이어지는 단어의 첫 음을 같게 맞추면 세련되어 보이고 수준 있는 표현 기법이 되지.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 한번 볼게요.  

 

the stir of society 세상의 소란. 소란의 느낌이 더 살아나요.
shaggy sheep dogs 털북숭이 양치기 개. 북슬북슬한 느낌이 더 들지 않나요?
the first feathery flakes of a snow shower 눈보라의 조짐인 깃털 같은 눈송이. 눈보라가 몰아닥칠 듯하네요.
There is no chance of a change at present. 지금은 바뀔 기미가 없다. 상황이 강조되는 느낌이에요.  

 

_디즈니 만화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는군. 미키 마우스 (Mickey Mouse), 도널드 덕 (Donald Duck).

냇가에서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들을 사진에 담아서 남편이 들어왔다.
_청둥오리가 가축으로 개량된 오리에 도널드 덕이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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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와 무게 중심이 화제에 올랐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나들이에서 장갑을 준비하지 않았을 때는 길을 걷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람의 몸에서 무게 중심이 올라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 내리막길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연로한 분들은 더 위험해진다. 장갑을 꼭 지참하되 길 걸을 때 장갑이 없는 경우는 호주머니에 손을 안 넣는 것이 안전하다. 씩씩하게 걷는 것이 보기도 좋지만 안전 사고가 덜 생긴다. 넘어질 때는 앞이나 뒤로가 아니고 옆으로 쓰러지도록 하는 것이 덜 다치는 요령이다. 

_생일이 되었을 때 언니는 어머니에게 그거와 똑같은 스웨터를 떠달라고 했어. 그때의 어머니는 뜨개질을 더이상 하지 않았는데 언니가 조르니까 똑같은 색깔의 새 털실로 스웨터를 다시 한 벌 짜주었어. 예전의 스웨터엔 없던 주머니까지 하나 정성스럽게 달아주었어. 그러느라 뜨개질법을 새로 배우기까지 했지. 정작 스웨터를 받아든 언니는 주머니가 생겨 그전 거와는 다르다며 안 입었어…… 그런 사람. 작가님 글에서요.
_호주머니가 뱀 다리, 즉 사족이 되었네.
_에밀리 브론테 소설 도입부에 호주머니가 중요한 복선으로 깔리지요.

1801년.
나는 집주인 댁을 방문하고 막 돌아온 참인데, 신경 쓰일 딱 한 군데 이웃이라곤 집주인밖에 없어. 여기는 참말로 아름다운 지역이야! 잉글랜드를 다 뒤져보아도 야단스러운 세상과 담 쌓고 지내기로는 여기만한 곳도 없을 성싶어. 인간들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로는 안성맞춤인데,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쓸쓸함을 나눌 짝꿍인 셈이다. 돋보이는 친구야!
내가 말을 타고 가니까 히스클리프 씨의 검은 눈이 아주 미심쩍어하는 눈초리로 눈썹 아래서 깊숙해진 것을 보고서, 또 내 이름을 뭐라고 대니까 경계심을 굳히며 자기 조끼 호주머니에 손을 더 찔러 넣어서, 내 마음이 자기에게 얼마나 쏠리는지 그는 생각지도 못할 게야.

1801 ---- I have just returned from a visit to my landlord -- the solitary neighbour that I shall be troubled with. This is certainly a beautiful country! In all England, I do not believe that I could have fixed on a situation so completely removed from the stir of society. A perfect misanthropist's heaven -- and Mr. Heathcliff and I are such a suitable pair to divide the desolation between us. A capital fellow! He little imagined how my heart warmed towards him when I beheld his black eyes withdraw so suspiciously under their brows, as I rode up, and when his fingers sheltered themselves, with a jealous resolution, still further in his waistcoat, as I announced my name.

_1801년은 빅토리아 여왕의 할아버지인 조지 3세가 60년 통치 기간에서 40년을 넘긴 해였어. 오늘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Union Jack, 잉글랜드 기 + 스코틀랜드 기 + 아일랜드 기)이 완성된 해이기도 해.
_잉글랜드 중심지 런던내기로 사교계의 신사 '나'라는 사람이 머무는 집과 집주인 히스클리프 씨(37세) 집은 길을 따라서는 6마일(9.6km)쯤 떨어져 있고 직선거리로는 4마일(6.4km)이라고 해요. 말 달리는 속도는 14마일(22.4km)에 약 세 시간 걸린다는 이야기가 32장(2부 18장)에 나와요.
_산술적으로 말 타고는 한 시간 20분쯤 걸리는 셈이네.
_오가는 길에는 인가가 없어요.
_'잉글랜드'라는 말은 소설에서 다섯 차례 나오더군.
_검은 눈은 푸른 눈과 대조를 보이게 돼요.
_히스클리프가 악수할 마음이 있다면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낼 시늉을 했을 것이야. 여기서 '나'라는 사람은 히스클리프의 비사교적인 태도를 마음에 들어했어.


_캐나다 뱅쿠버 사시는 젊은 여성 블로거 쿨짹 님 글 끝자락을 가져왔어요.

가끔은 블로깅에 회의/허무주의를 느낄 때가 있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고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쓰는 것이고 (목적이 없는 행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며
이 모든 행동들이 깡그리 다잡아 과연 나의 시간과 어떤 노력과 신경 씀에 가치가 있는 행위인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그 자체가 그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이 뭔지는 글로 쓰지 않아도...
이 포스팅이 곧 마무리가 되고...
올려지는 그 순간에...
그리고 몇 분이라도 읽어주시는 바로 그때에...  그 해답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쿨짹 님 글에서.)

_포스팅으로 올리는 글의 첫 독자는 글 쓰는 블로거다. 다음 독자는 블로그 접속 중 친구일 수도 있고 블로그 홈 등의 새로운 글 리스트에서 알고 찾아오는 블로거(블로그 운영진 포함)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먼 훗날 검색으로 두 번째 읽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_묻혀버릴 수도 있고 글 쓴 블로거의 기억에서까지도 파묻힐 수 있어요. 이런 일이 블로그에만 있는 일이겠어요?
_슬픔에 젖을 블로거도 있겠지. 호주머니에 돈 대신 돌을 넣고는 블로그 뱅크에서 일상의 강물로 뛰어들어 잠수를 택할 것이고 블로그 마을에서는 '아, 그 블로거 빈 자리가 크네' 하든지 '아니, 그런 블로거도 있었던가' 할 것이야.
_위로의 말이 없을까요?
_한 가지가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속을 태우거나 속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군자(신사숙녀)가 아닌가. 공자는 빈 말을 하지 않았다.
_빈 자루가 서지 않는 것이야 어쩔 도리가 없겠네요.

_빈 포켓에 손 찌르고
_김영랑 시에서 나와요.
_빈칸에 무슨 말을 넣을까.

 빈 포켓에 손 찌르고 (     ) 찾는 날
 온몸은 헐렁헐렁 눈물도 찔끔 나누나
 
 
 1. 헤르만 헤세
 2. 예이츠
 3. 소월
 4. 기타(     ) 

위 시구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김영랑의 '빈 포켓에 손 찌르고'로 시작하는 시에 나온다.

 빈 포켓에 손 찌르고 폴 베를렌 찾는 날
 온몸은 헐렁헐렁 눈물도 찔끔 나누나
 
손이 호주머니를 집으로 고른다. 손목이 문지기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방을 줄 때는 장갑을 집으로 삼는다. 이때도 손목이 문지기를 한다.
_위 시구의 1935년 판을 찾아봐요. '영랑시집'(시문학사, 1935) 차례 번호 30의 시이네요.

 뷘 포케트에 손찌르고 폴 베를레-느 찾는날
 왼몸은 흐렁흐렁 눈물도 찟금 나누나 

_'폴' 다음에 가운뎃점이 있고 '베'는 'ㅂ' 앞에 'ㅇ'이 붙어 베를렌(Verlaine)의 'V' 음가 나타내기를 도와주네.


남편이 박새와 곤줄박이 습성의 차이 하나를 이야기했고 조선일보 김창우 기자가 쓴 "산새들과도 나누며 살아야죠"  등선폭포 '산새지킴이' 김용운씨 취재 기사의 부분을 들려줬다.  
 
강원도 춘천시 삼악산 등선폭포 매표소 턱밑에서 27년째 휴게소를 운영하는 김용운 (67)씨는 나무들이 옷을 벗는 겨울이 되면,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산새들의 조반’을 준비한다. 9일 오전 10시20분.

김씨는 땅콩을 잘게 부숴 호주머니에 가득 담은 뒤 개울가에서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곤줄박이 10여마리가 인근 참나무에 매달려서는 마치 순서가 있는 듯 1마리씩 김씨의 손바닥 위로 날아들었다. 몸 길이 10㎝에 머리 위쪽과 목은 검고 날개는 짙은 회색인 이 산새들은 땅콩 부스러기를 입에 물자마자 나뭇가지 위로 재빨리 되돌아갔다.

이어 김씨는 손바닥 2배 넓이의 쟁반에 들깨를 소복이 담아 휴게소 입구 한편에 내놓았다. 이번에는 박새들 수십 마리가 쟁반 위로 날아들었다. 박새는 곤줄박이와는 달리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 박새들은 20~40초씩 모이를 쪼아대고 배를 불린 후 산속으로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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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를 맞기 전에 블루 문의 보름달이 뜨는 드문 일이 있었다.
_보름달은 29일 하고 하루의 반마다 돌아오고 일 년에 열두 번 정도 보름달이 뜨네요.
_한 달에 한 번 더 뜨는 보름달을 가리켜 블루 문(blue moon)이라고들 하고 이 년 반마다 생겨. 직전 블루 문은 2007년 5월달에 있었어. 새해 전에 블루 문이 나타나기는 더 귀하고 19년에 한 차례 일어나.
_전에 1990년에 있었고 다음에는 2028년에 있네요.
_뉴욕타임스 블루 문 관련 기사가 요점 정리를 잘 해 놓았네.

A full moon occurs every 29.5 days, and most years have 12. On average, an extra full moon in a month -- a blue moon -- occurs every 2.5 years. The last time there was a lunar double take was in May 2007. New Year's Eve blue moons are rarer, occurring every 19 years. The last time was in 1990; the next one won't come again until 2028.

http://www.nytimes.com/aponline/2009/12/29/science/AP-US-SCI-Blue-Moon.html?_r=1&scp=2&sq=blue%20moon&st=cse

_천문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해요.
_블루 문이 다 때가 있는 것이 재밌네.
_사람에겐 다 때가 있다. 우린 앉아서 때를 기다리면 된다. 잘하면 우린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작가님 글이에요.

_달이 떠오를 때, 특히 보름달일 때를 두고 몇 줄 써본다면 어떨까? '폭풍의 언덕'(1847. 12)에를 보았어. 내레이터 엘런의 상대격인 록우드가 등장 이듬해 9월달에 작품의 무대 지역을 다시 찾아가게 돼. 밤낮의 길이가 비슷할 시기이지.

폭풍의 언덕(워더링 하이츠) 주택으로 가는 걸음을 산책 겸 하네. 동쪽에서 달덩이가 솟아오르며 밝기를 돋워가는데 아름답기 그지 없는가 보아. 서녘으로 지는 해가 붉은 기운을 사위어가네.   

[전략] with the glow of a sinking sun behind, and the mild glory of a rising moon in front; one fading, and the other brightening, [후략]
('폭풍의 언덕' 32장(2부 18장)에서.)

_언니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1847. 10)의 월출(月出)도 찾아봐요.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로 있는 손필드에서 2마일 떨어진 마을로 편지를 부칠 겸 산책 겸 가는 도중이에요. 1월달이네요. 한겨울이어서 해가 일찍 떨어지겠죠?

여러 나무들 새로 저무는 해가 진홍빛 놀을 남겨두고 가네요. (그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주인공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그 다음에는 동쪽으로 향합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너머에서 달이 떠오릅니다. 채 두렷하지는 않아서 흰 구름 같다가 밝기를 쏙쏙 더해갑니다.

I lingered till the sun went down amonst the trees, and sank crimson and clear behind them. I turned eastward.

On the hill-top above me sat the rising moon; pale yet as a cloud, but brightening momentarily, [후략]
('제인 에어' 12장에서.)

남편이 '푸른 희망의 전화번호가 궁금하시다고요 까치' 제목을 단 사진을 보여줬다. TEL 푸른 글자 위에 까치가 한 마리 있었다.
_'HOTEL'에서 'HO'를 잘라내고 'TEL'을 만들고 까치를 그 위에 앉혀 보았어.
_앉혀 본 것이 아니고 앉아 있는 것을 찍었겠죠?
_'hotel' 단어에 'tel'이란 단어가 있었지. 
_'hot' 단어도 있네요. 
  


 

_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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