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와 무게 중심이 화제에 올랐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나들이에서 장갑을 준비하지 않았을 때는 길을 걷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람의 몸에서 무게 중심이 올라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 내리막길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연로한 분들은 더 위험해진다. 장갑을 꼭 지참하되 길 걸을 때 장갑이 없는 경우는 호주머니에 손을 안 넣는 것이 안전하다. 씩씩하게 걷는 것이 보기도 좋지만 안전 사고가 덜 생긴다. 넘어질 때는 앞이나 뒤로가 아니고 옆으로 쓰러지도록 하는 것이 덜 다치는 요령이다. 

_생일이 되었을 때 언니는 어머니에게 그거와 똑같은 스웨터를 떠달라고 했어. 그때의 어머니는 뜨개질을 더이상 하지 않았는데 언니가 조르니까 똑같은 색깔의 새 털실로 스웨터를 다시 한 벌 짜주었어. 예전의 스웨터엔 없던 주머니까지 하나 정성스럽게 달아주었어. 그러느라 뜨개질법을 새로 배우기까지 했지. 정작 스웨터를 받아든 언니는 주머니가 생겨 그전 거와는 다르다며 안 입었어…… 그런 사람. 작가님 글에서요.
_호주머니가 뱀 다리, 즉 사족이 되었네.
_에밀리 브론테 소설 도입부에 호주머니가 중요한 복선으로 깔리지요.

1801년.
나는 집주인 댁을 방문하고 막 돌아온 참인데, 신경 쓰일 딱 한 군데 이웃이라곤 집주인밖에 없어. 여기는 참말로 아름다운 지역이야! 잉글랜드를 다 뒤져보아도 야단스러운 세상과 담 쌓고 지내기로는 여기만한 곳도 없을 성싶어. 인간들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로는 안성맞춤인데,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쓸쓸함을 나눌 짝꿍인 셈이다. 돋보이는 친구야!
내가 말을 타고 가니까 히스클리프 씨의 검은 눈이 아주 미심쩍어하는 눈초리로 눈썹 아래서 깊숙해진 것을 보고서, 또 내 이름을 뭐라고 대니까 경계심을 굳히며 자기 조끼 호주머니에 손을 더 찔러 넣어서, 내 마음이 자기에게 얼마나 쏠리는지 그는 생각지도 못할 게야.

1801 ---- I have just returned from a visit to my landlord -- the solitary neighbour that I shall be troubled with. This is certainly a beautiful country! In all England, I do not believe that I could have fixed on a situation so completely removed from the stir of society. A perfect misanthropist's heaven -- and Mr. Heathcliff and I are such a suitable pair to divide the desolation between us. A capital fellow! He little imagined how my heart warmed towards him when I beheld his black eyes withdraw so suspiciously under their brows, as I rode up, and when his fingers sheltered themselves, with a jealous resolution, still further in his waistcoat, as I announced my name.

_1801년은 빅토리아 여왕의 할아버지인 조지 3세가 60년 통치 기간에서 40년을 넘긴 해였어. 오늘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Union Jack, 잉글랜드 기 + 스코틀랜드 기 + 아일랜드 기)이 완성된 해이기도 해.
_잉글랜드 중심지 런던내기로 사교계의 신사 '나'라는 사람이 머무는 집과 집주인 히스클리프 씨(37세) 집은 길을 따라서는 6마일(9.6km)쯤 떨어져 있고 직선거리로는 4마일(6.4km)이라고 해요. 말 달리는 속도는 14마일(22.4km)에 약 세 시간 걸린다는 이야기가 32장(2부 18장)에 나와요.
_산술적으로 말 타고는 한 시간 20분쯤 걸리는 셈이네.
_오가는 길에는 인가가 없어요.
_'잉글랜드'라는 말은 소설에서 다섯 차례 나오더군.
_검은 눈은 푸른 눈과 대조를 보이게 돼요.
_히스클리프가 악수할 마음이 있다면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낼 시늉을 했을 것이야. 여기서 '나'라는 사람은 히스클리프의 비사교적인 태도를 마음에 들어했어.


_캐나다 뱅쿠버 사시는 젊은 여성 블로거 쿨짹 님 글 끝자락을 가져왔어요.

가끔은 블로깅에 회의/허무주의를 느낄 때가 있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고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쓰는 것이고 (목적이 없는 행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며
이 모든 행동들이 깡그리 다잡아 과연 나의 시간과 어떤 노력과 신경 씀에 가치가 있는 행위인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그 자체가 그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이 뭔지는 글로 쓰지 않아도...
이 포스팅이 곧 마무리가 되고...
올려지는 그 순간에...
그리고 몇 분이라도 읽어주시는 바로 그때에...  그 해답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쿨짹 님 글에서.)

_포스팅으로 올리는 글의 첫 독자는 글 쓰는 블로거다. 다음 독자는 블로그 접속 중 친구일 수도 있고 블로그 홈 등의 새로운 글 리스트에서 알고 찾아오는 블로거(블로그 운영진 포함)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먼 훗날 검색으로 두 번째 읽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_묻혀버릴 수도 있고 글 쓴 블로거의 기억에서까지도 파묻힐 수 있어요. 이런 일이 블로그에만 있는 일이겠어요?
_슬픔에 젖을 블로거도 있겠지. 호주머니에 돈 대신 돌을 넣고는 블로그 뱅크에서 일상의 강물로 뛰어들어 잠수를 택할 것이고 블로그 마을에서는 '아, 그 블로거 빈 자리가 크네' 하든지 '아니, 그런 블로거도 있었던가' 할 것이야.
_위로의 말이 없을까요?
_한 가지가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속을 태우거나 속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군자(신사숙녀)가 아닌가. 공자는 빈 말을 하지 않았다.
_빈 자루가 서지 않는 것이야 어쩔 도리가 없겠네요.

_빈 포켓에 손 찌르고
_김영랑 시에서 나와요.
_빈칸에 무슨 말을 넣을까.

 빈 포켓에 손 찌르고 (     ) 찾는 날
 온몸은 헐렁헐렁 눈물도 찔끔 나누나
 
 
 1. 헤르만 헤세
 2. 예이츠
 3. 소월
 4. 기타(     ) 

위 시구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김영랑의 '빈 포켓에 손 찌르고'로 시작하는 시에 나온다.

 빈 포켓에 손 찌르고 폴 베를렌 찾는 날
 온몸은 헐렁헐렁 눈물도 찔끔 나누나
 
손이 호주머니를 집으로 고른다. 손목이 문지기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방을 줄 때는 장갑을 집으로 삼는다. 이때도 손목이 문지기를 한다.
_위 시구의 1935년 판을 찾아봐요. '영랑시집'(시문학사, 1935) 차례 번호 30의 시이네요.

 뷘 포케트에 손찌르고 폴 베를레-느 찾는날
 왼몸은 흐렁흐렁 눈물도 찟금 나누나 

_'폴' 다음에 가운뎃점이 있고 '베'는 'ㅂ' 앞에 'ㅇ'이 붙어 베를렌(Verlaine)의 'V' 음가 나타내기를 도와주네.


남편이 박새와 곤줄박이 습성의 차이 하나를 이야기했고 조선일보 김창우 기자가 쓴 "산새들과도 나누며 살아야죠"  등선폭포 '산새지킴이' 김용운씨 취재 기사의 부분을 들려줬다.  
 
강원도 춘천시 삼악산 등선폭포 매표소 턱밑에서 27년째 휴게소를 운영하는 김용운 (67)씨는 나무들이 옷을 벗는 겨울이 되면,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산새들의 조반’을 준비한다. 9일 오전 10시20분.

김씨는 땅콩을 잘게 부숴 호주머니에 가득 담은 뒤 개울가에서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곤줄박이 10여마리가 인근 참나무에 매달려서는 마치 순서가 있는 듯 1마리씩 김씨의 손바닥 위로 날아들었다. 몸 길이 10㎝에 머리 위쪽과 목은 검고 날개는 짙은 회색인 이 산새들은 땅콩 부스러기를 입에 물자마자 나뭇가지 위로 재빨리 되돌아갔다.

이어 김씨는 손바닥 2배 넓이의 쟁반에 들깨를 소복이 담아 휴게소 입구 한편에 내놓았다. 이번에는 박새들 수십 마리가 쟁반 위로 날아들었다. 박새는 곤줄박이와는 달리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 박새들은 20~40초씩 모이를 쪼아대고 배를 불린 후 산속으로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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