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로 만난 인연 -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왔다, 홍차 에세이
김정미 지음, 봉수아 사진 / 가나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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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제나 책을 엮어서 구성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 책이다. 홍차를 좋아하는 차 입문자로서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고, 이 책에서 알게 된 크고 작은 지식도 꽤 많았다.

차, 홍차에 대한 몇몇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차의 종류나 브랜드, 시음법 등의 직관적인 분류(?)에 기준하는 방식이 많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홍차 에세이 : 차로 만난 인연》은 차와 관련된 위인들, 그리고 사람들을 바탕으로 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때로는 팩트에 살짝의 픽션을 가미해서. 아마 차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써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센 리큐나 토머스 립톤 등 다도의 세계를 빛낸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러나... 책등에 공저자처럼 있는 사진작가님. 아마 따님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치고는 SNS 인증샷 느낌의 티 테이블 사진이라 많이 아쉽다. 나름 사물의 각도, 구도와 배열을 신경 쓴 컷도 꽤 있지만, 다기나 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다 보니 단조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의 가름끈이 물결치는 모양도 계속 보니까 지겹고ㅋ)

책 자체적인 구성은 차에 대한 인물과 그 인물과 연결할 수 있는 차 하나를 소개하는 게 하나의 꼭지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책의 장르가 에세이다 보니, 저자분의 개인적은 경험이나 생각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굉장히 미묘하게 다가온다.

*
모든 것이 낯선 시작이었던 그 시절, 병원에서 보낸 힘든 시간보다도 마음을 아프게 했던 한 마디 말이 오래도록 나를 힘들게 했다. 그때 느낀 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크게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쉽게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거친 시간을 견디게 만들었지만 또 그 안에서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일은 작은 위안이 되어 머문다.

캐모마일 차를 소개하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저자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인데, 도통... 무슨 일로 마음을 아프게 한 건지, 어떤 말인 건지, 도대체 어쨌길래 크게 해칠 정도로 마음이 상했다는 건지, 그건 누구인 건지, 어떻게 극복했다는 건지, 간호사가 건넨 차 한 잔으로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인지... 등등 풀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실타래 같은 의문만 남기고서는 흐지부지 파트가 마무리되었다. 이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파트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목막힘이 느껴지다가 급 마무리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과의 트러블이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의 응어리만 묘사하고, 원천이 된 이유는 툭, 잘라내버리면... 뭐랄까. 책을 읽는 내가 감정의 배설구가 되어 액받이 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미묘하게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라는 사람이 있지만, 이 사람의 마음속의 분노는 느껴지는데 도대체 왜? 어째서? 라는 기분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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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소소 - 사과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너나농 과일학교 1
이상열 지음, 박다솜 그림 / 너와나의농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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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그림책과 함께 농산물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라니,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건가? 싶을 정도로 톡톡 튀고 독특한 이 책은 더불어 사는 농촌의 발전을 위해 기획한 첫번 째 그림 책, 사과에 대한 이야기다. 농산물을 소개한다고 하면, 흔해빠진 관공서 찌라시 스타일의 홍보책자를 생각하게 되는데... 《사과소소》는 말도 안되는 어엿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이 책 좋다. 마음에 든다.

한 가지 소재, 오직 '사과'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생각보다 풀어낼 거리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사과의 재배와 수확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 역사서에 기록된 사과, 인포그라픽스로 만나보는 사과의 효능, 사과의 종류와 저장방법 같은 알면 알수록 도움되는 정보부터 사과 축제 정보, 사과로 만드는 요리 레시피 같은 꿀팁과 신화와 옛날 이야기, 위인전에 등장하는 사과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이 책 한 권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아이작 뉴튼의 사과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도 책 속에 있다.

그리고 한 권의 훌륭한 일러스트 북으로써도 손색없다. 레시피,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 인포그래픽스, 맵, 풍경화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러스트가 꽤 다양한 스타일로 보여진다. 일관적이면서도 색다른 그림들이 꽤 굵은 책 한 권을 다 넘길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한달까. 꼭 소장하고 싶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가득하다. 언젠가 드로잉 북을 한 권 완성한다면 이런 형태였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

아, 패키지 상품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그림책과 사과즙 세트다! (올레!) 사과소소를 비롯해 앞으로도 예쁜 책과 맛있는 세트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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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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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리즈로 도배하다시피 한 이후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읽지 않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접한 책이다. 그리고 의외로 괜찮아서 놀랬다고나 할까. 물론, 야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이 책에서도 넘실넘실 넘쳐흐르고 있다.

일본 소설이긴 하지만, 마치 우리 동네 어디에선가 있을 것 같은 아주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다. 일상적이고 때로는 평범한,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존재. 그리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각자가 처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줄거리다.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매뉴얼이 없다.
- p.208

옴니버스처럼 여섯 가족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 좋았던 편은 《남편과 UFO》였다. 미나코가 남편이 처한 문제를 아주 재미있게 (빵 터졌음ㅋㅋㅋ) 헤쳐나가는 모습이 정말ㅋㅋㅋ 잊을 수가 없다ㅋㅋㅋ 여섯 편을 모아서 가족(코믹)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미나코 같은 배우자가 옆에 있다면 여러모로 안심이 될 것 같다고나 할까.

현실적으로 가족이라는 관계가 편해야 하면서도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부라는 사이도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의 결합이니 만큼, 시댁이니 친정이니부터 시작해서 이혼문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살짝만, 비틀어서 그 문제를 바라본다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섯 가족의 모습처럼. 긍정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또 헤쳐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살짝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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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를 성공 기업으로 이끈 복기의 힘
천중 지음, 허유영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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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둑 두세요?"

놉!

복기라는 것이 사실 바둑에서 기인한 단어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복기, 하면 바둑을 떠올린다. 하지만 복기(영어로는 mock up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서비스 개발에서 기존에 만들어진 좋은 서비스를 보고 벤치마크하고 스터디할 때, 보고 그대로 따라 해볼 때도 흔히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복기의 힘》, 이 책에서는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복기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레노버 사를 예를 들어 복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 끝난 대국을 처음부터 다시 두는 것은 단순히 원래의 순서대로 바둑돌을 놓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p.48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복기의 사례들은 질의응답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그 외에는 다른 이유는 없는가? 일정을 미리 조율했다면 어땠을까? 등 문제 상황에 대하여 가지치기 하듯이 (마치 fishbone diagram이나 mindmap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가지 수를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납득할 수 있는 결과 또는 방안이 도출되는 것을 보며, 이런 과정이 복기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단체 복기를 진행할 때, 진행자/질문자/서술자 이 세 사람이 필요하다. 아마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진행자일 텐데, 책에서는 어떤 사람이 진행자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와 진행자가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친절해...)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어떻습니까?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 없습니까?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토론해보겠습니다.
전체 토론을 거쳐 이런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방금 전 토론에 부합하는 결론인가요?
최종 정리해야 할 문제가 더 있습니까?

조금 특징적인 점이라면 중요한 문장에는 highlight 표시가 되어 있어 눈에 잘 띈다는 점과, 가장 마지막 장에 부록처럼 이 책을 summary 한 듯한 프레젠테이션 페이지 요약본을 싣고 있어서 (diagram 짱짱!) '복기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가'를 다시 한 번 리뷰하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점이 있겠다. (회사에서 복기 방법을 소개하기에도 좋을 듯)

그리고 복잡 미묘한 느낌으로는... 흔치는 않으나 아마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일 텐데, 사례로 드는 에피소드 중에서 갑을 관계에 있는 회사에서 갑 회사의 사장 비서가 을 회사의 사장 비서를 마음에 들지 않아해 을 회사의 사장이 비서를 교체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물론 그렇게 하면 비즈니스는 잘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이게 과연 도의에 맞는 행위인가? 싶은 고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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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의 삶, 사랑의 말 -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양효실 지음 / 현실문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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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책도 오랜만이고, 읽다가 마음이 턱, 막힌 책도 오랜만이다. 그리고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책도 오랜만인 듯하다. 어쨌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책을 설명하는 것도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써내려가봐야지.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편하지만 피하면 안 되는 주제들에 대해 문학으로써 풀어나가는 책이다. 여기서 불편하지만 피하면 안 되는 주제라 함은 약자들,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자의와 타의에 의해 나락의 길을 걷게 되는 사람들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의 주인공과도 같은 사람들이며 이를 풀어내는 도구는 시, 그리고 소설이다.

사실 이런 주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빠질 수 없는지라,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문제다. 《아버지의 자장가》나 《가족극장, 이리와요 아버지》를 읽을 때에는 그 불편함이 아마 극도로 치달았던 것 같은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딸로서,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쉬이 책을 덮을 수 없기도 하고.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관계는 불가해하고 비이성적이며 정동적이다. 거기서는 사랑과 폭력이, 고통과 쾌락이 모호하게 뒤섞인다. 마츠코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바깥에서 산다. 너무 많은 사랑을 주는 마츠코 주변에는 늘 분란이 일어난다.
- p.217

필연적으로 문학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소재들. 그렇기 때문에 무게감이 적지 않은 것인데, 사실 본문을 감싸고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너무나도 좋은 글이어서 비슷한 부류의 책을 본다고 해도 이보다 더 괜찮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몇몇 소설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시보다는 소설이 취향인지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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