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구의 삶, 사랑의 말 -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양효실 지음 / 현실문화 / 2017년 4월
평점 :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책도 오랜만이고, 읽다가 마음이 턱, 막힌 책도 오랜만이다. 그리고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책도 오랜만인 듯하다. 어쨌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책을 설명하는 것도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써내려가봐야지.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편하지만 피하면 안 되는 주제들에 대해 문학으로써 풀어나가는 책이다. 여기서 불편하지만 피하면 안 되는 주제라 함은 약자들,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자의와 타의에 의해 나락의 길을 걷게 되는 사람들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의 주인공과도 같은 사람들이며 이를 풀어내는 도구는 시, 그리고 소설이다.
사실 이런 주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빠질 수 없는지라,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문제다. 《아버지의 자장가》나 《가족극장, 이리와요 아버지》를 읽을 때에는 그 불편함이 아마 극도로 치달았던 것 같은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딸로서,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쉬이 책을 덮을 수 없기도 하고.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관계는 불가해하고 비이성적이며 정동적이다. 거기서는 사랑과 폭력이, 고통과 쾌락이 모호하게 뒤섞인다. 마츠코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바깥에서 산다. 너무 많은 사랑을 주는 마츠코 주변에는 늘 분란이 일어난다.
- p.217
필연적으로 문학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소재들. 그렇기 때문에 무게감이 적지 않은 것인데, 사실 본문을 감싸고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너무나도 좋은 글이어서 비슷한 부류의 책을 본다고 해도 이보다 더 괜찮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몇몇 소설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시보다는 소설이 취향인지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