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안나라수마나라가 사실은 웹툰 원작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웹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안나라수마나라는 2011년 책으로 출간되어 다시 한번 큰 반향을 불러왔고,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와 맞물려 소담출판사의 안나라수마나라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먼저 보신 분들은 원작의 느낌이 어떠할지 궁금하실 겁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오징어게임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을 통해 세계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역작입니다. 안나라수마나라의 배경은 입시와 획일적인 교육관에 갇힌 청소년들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과연 이런 이야기가 세계에 먹힐 것인가 싶을 정도로 백퍼센트 한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는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간 세상의 문제였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여주인공 윤아이는 장난감 공장에 다니던 아버지 밑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평범한 학생입니다. 하지만 장난감 공장이 복선이었을까요?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철없는 아버지는 거액의 빚을 진 채 도망다니는 삶을 삽니다. 엄마는 현실에 쫓겨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가죠. 윤아이의 삶은 치열했습니다. 알바를 하며 자신의 생활비와 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어린 시절의 꿈은 현실에 밀려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 윤아이에게 마술사 리을이 나타납니다. 이 마술사는 어딘가 현실 세계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술사 리을은 마술을 하기 전 꼭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마술을 믿습니까?"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후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꿈과 현실, 어른의 삶과 사회적 요구에 대한 것입니다.

 

현실의 숨 막히는 삶 앞에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가는 윤아이에게 마술사 리을은 말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하라구요. 여러분은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십니까?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들리십니까? 아니면 현실의 삶을 잘 살아가는 어른의 조언처럼 들리십니까? 전자 혹은 후자로 느끼셨다면 여러분으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한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무엇을 보고 어른의 삶을 잘 살고 있다고 판단하셨나요?

 

남주인공 나일등은 아스팔드 길 위에서 괴로워합니다. 잘 사는 부모, 좋은 학교, 좋은 직업으로 이어지는 쭉 뻗은 아스팔드 길.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았습니다. 나일등은 처음엔 자신이 괴롭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아스팔드 길에서 내려와 꽃밭 위에 서있는 마술사 리을을 보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 사람이 정상이냐 아니냐, 저 인생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정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딱 정해진 틀에 맞춰지지 않으면 미친 사람이라고 분류하게 된 것일까요?

 

아스팔드 길에서 내려온 사람은 낙오자 입니까? 어른의 질문에 다른 답을 내놓으면 그 답은 틀린 것일까요? 어떤 사람이 어른이 되는 것입니까? 어른이 되기 싫은 사람은 어쩌죠?

 

안나라수마나라는 마치 철학책처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놀라운 책입니다. 어쩌면 저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한번도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길 위에서 낙오될까봐 덜덜 떨며 앞만 보고 걸어왔지요.

 

한국의 입시환경이라는 틀을 가지고 인간의 본연적인 두려움과 욕망을 그려낸 놀라운 작품, 안나라수마나라를 꼭 읽어보십시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외면하고 있던 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실 겁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을 찾지 못한 수많은 어른이들에게 이 책, 안나라수마나라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일생활백서
우상덕 지음 / 메이드마인드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독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대학과 축구 등 독일 문화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면서 독일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독일 여행에 관한 책은 많은데 정작 독일 생활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번에 출간된 독일생활백서는 그야말로 독일 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 책은 실제로 독일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정보들을 싸그리 모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줍니다.

 

이 책은 독일의 날씨는 어떠한지, 각 도시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 굵직굵직한 정보에 대해 먼저 소개해줍니다. 막연히 독일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독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분들도 이 책을 정독해가시면 각 도시의 특성과 지역, 기후 등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들을 하나씩 알아갈 수 있습니다.

 

비자를 비롯한 서류 준비도 초보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복잡한 일입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오페어 비자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각각의 비자를 취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워갈 수 있습니다.

 

아마 독일 생활을 확정하신 분들 중에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독일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외국인으로서 독일에 거처를 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독일 집의 거주 형태에 대해 먼저 알려줍니다. 대부분이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우리와 달리 Haus, 보눙 같은 구조의 집이나 쉐어하우스 같은 독특한 형태의 거처도 소개되어집니다.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통해 집을 알아보는 방법과 거래 계약서에서 요구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각각의 항목들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실제 계약하시기 전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실수 없이 좋은 매물을 계약해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실제 독일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꿀팁들이 페이지마다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독일에선 책을 구하기 힘드니 한국에서 책을 미리 챙겨가다던지, 내 비자에 따라 가입할 수 없는 공공의료보험은 무엇인지, 통신사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살면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소소하면서 묵직한 문제들이 해결책과 함께 제시되어집니다.

 

이 책에는 독일의 문화도 많이 소개되어지기 때문에 독일에 대해 조금 더 알기 위한 교양의 목적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일 생활에 대해 그 어느 책이나 사이트보다 디테일한 정보들을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에, 실제로 독일에 가기 위해 준비중인 유학생이나 이민 예정자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데스리가가 연방의 리그라는 뜻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독일이 연방제 국가라는 사실도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기 힘든 자잘한 이야기부터, 계약, 진학 등 큼직한 이슈들까지 독일의 모든 것이 총망라된 놀라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독일생활백서를 통해 독일 라이프를 꿈꿔 보세요. 여러분이 하게될 실수를 미리 경험해 본 저자가 한국인이 놓치고 있는 독일의 구석구석을 다 파헤쳐 알려주기 때문에 이 책을 미리 읽으신다면 실수를 상당 부분 방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로 떠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독일생활백서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다섯, 늙는 기분
이소호 지음 / 웨일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세상 누구도 기쁘게 나이 드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직설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서른다섯, 늙는 기분. 음, 알지 알지. 그 찝찝하면서도 불쾌한 느낌. 제목만 봤을 땐 나이 듦에 대한 한탄과 자조적 태도가 뒤섞인 책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늙는 기분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제목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늙는 기분이 좋아진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거 썩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의 시계는 남자보다 조금 더 빠르게 갑니다. 가임기의 리미트가 주는 압박 때문에 제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압박이 남자가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더 이르게 오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서른다섯의 압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압박을 어떻게 풀었을까요? 저자는 나이 듦을 하나씩 체화하여 소화해냅니다. 새치는 더 이상 뽑아내지 않고 새치가 아닌 흰머리가 나는 나이가 됐음을 스스로 인정합니다. 무슨 차이냐 묻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새치란 뭔가 돌발적이고 비정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흰머리는 그 자체로 내 것인 느낌입니다. 새치는 뽑아야 하지만, 흰머리는 받아들여야 하죠.

 

그렇게 저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넓어진 모공, 잔주름을 받아들이고 유난이었던 취향들은 하나둘 버려갑니다.

 

그렇군요. 이 책은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신여성의 진취적인 외침을 담아낸 책이군요. 아닙니다.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책들과는 또 결을 달리합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듦에 대한 서운함, 무력함의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저자는 그런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멋진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과 상황을 하나씩 인정해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의 압박에 굴해서 세상의 시선에 끌려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압박에 적극적으로 저항해 무조건 반대 방향으로 미친 척 뛰어가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나이 든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며, 나의 오늘과 내일, 내년과 내후년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내가 되는 것입니다.

 

나를 마주하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특히나 나이 먹고 약점을 드러내는 나를 바라보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죠.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구질구질한 감정이나 궁상맞은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모습이고, 그나마 늙는 기분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땐 인정하지 못했던 것들을 인정하고, 젊을 땐 숨기기만 했던 것들을 드러냅니다. 때론 청승맞게, 때론 찌질하게, 때론 비참한 하루를 보내며 그 사실조차 나의 것으로 살아냅니다.

 

책 소개 글만 읽었을 땐 나이 듦을 거부하며 세상에 통렬하게 펀치를 날리는 원더우먼을 생각했지만, 오히려 책을 읽으며 진짜 늙는 기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 자리에서 고작 1cm 방향을 트는 것만으로 어떻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늙어가고 있는 동지들에게 이 책, 서른다섯, 늙는 기분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인 우리의 늙어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묘하게 삐뚤어진 우리의 생각도 조금은 교정됐으면 합니다.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 그만이지요. 우리 앞에 주어진 조금 더 늙은 내일의 삶도 기꺼이 걸어가 봅시다. 마흔다섯, 늙는 기분은 지금보다 더 순조롭기를.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소설 중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힐만한 구절이 있습니다. 아마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전철이 흔들리자 문득 그녀의 머릿결에서 국화꽃 같은 향이 났다."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는 2002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박해일, 장진영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 20주년을 맞아 산뜻한 표지를 입고 일부 표현을 수정한 후 개정 출간되어 다시 독자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화꽃 향기는 산모의 진통으로 시작됩니다. 출산의 과정이야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미주의 출산은 유난히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로맨틱 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 든 독자들을 당황하게 할 만큼 처절한 출산장면으로 시작된 이 소설은 이내 10년 전의 과거로 플래시백 됩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신촌의 Y 대를 배경으로 청춘의 첫사랑의 감정을 그려낸 수작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서 동일한 배경에서 한 남자의 첫사랑을 이야기한 작품이 바로 이 국화꽃 향기입니다. 승우는 Y 대 경제학과 새내기였고, 미주는 E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연상의 여학생이었습니다. 대학 연합 서클인 CDS에 참석하기 위해 신촌으로 향하던 승우는 신촌역 수많은 인파 속에서 국화꽃 향기를 맡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국화 내음이었습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여성을 쫓아갈 마음은 없었지만, 출구가 같았고 방향이 같아 뒤를 따라가던 승우는 약속 장소였던 매직 넘버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조금은 까칠하고 당당했던 그녀, 미주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스무 살의 풋사랑이 대개 그러하듯 승우와 미주의 감정은 엇갈립니다. 대학을 졸업한 승우는 MBC FM 라디오 프로듀서로, 미주는 충무로의 한 영화사에서 영화 일을 시작합니다. 이후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설의 리뷰에서 소설 줄거리를 스포일러 할 수 없어 난감하지만 모두 알고 계실만한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둘은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둘 앞에 펼쳐집니다.

 

어떤 면에선 고전적인 순애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단 가장 클래식한 사랑의 정수를 뽑아낸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의 마음, 둘을 갈라놓는 수많은 어려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삶의 절벽 앞에 한 사람이 쏟아내는 통곡의 감정까지 시대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사랑다운 사랑 이야기가 이 책 안에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몇 년을 앓아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군대에 가서도, 취직해서도 잊지 못하는 첫사랑, 국화꽃 향기가 나던 그녀를요.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던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진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해주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 국화꽃 향기가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 20주년 기념 개정판은 단순히 표지갈이만 하고 출간된 것이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며 예전과 달라진 여성관, 정서들을 수용해 많은 표현이 수정되었습니다. 2002년 발간된 초판에 있던 '서른 된 여자치고는 곱상하다'느니, '서른 된 여자도 여자냐' 같은 표현들은 대거 삭제되거나 수정되었습니다.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1987년 8월 7일, 1993년 12월 11일 등 과거의 시점을 정확하게 언급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그렇기에 과거 그 시절의 편견어린 대화와 철없는 표현들이 있는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과거를 회상하는 데 더 큰 몰입감을 주고 현재와 명확히 구분되는 정서적 거리감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는 것은 현재의 독자들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수정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나 저러나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가장 성공한 순애보 문학, 국화꽃 향기 20주년 개정판을 통해 잠들어 있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의 감정을 다시 깨워보세요. 현실과 타협하고 내 유익만 추구하던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우실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국화꽃 향기를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 여태현 산문집
여태현 지음 / 마음시선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대한 젊은 날의 단상, 여태현 작가님의 산문집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조각조각의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알릴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승전결에 따라 작성한 것도 아닌데, 작가님은 왜 짧은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놓으셨을까요?

 

우리의 기억은 뒤죽박죽입니다.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의 머릿 속에서 언젠가 인과관계가 뒤바뀌기도 하고 일의 경중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론 쉽게 잊혀져 버리는 것들도 있지요. 작가님은 그녀를 남기기 위해 글을 적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금 더 분명하고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랑의 감정들은 글의 옷을 입고 하나씩 정리되어 집니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는데 사랑을 기록하는 것은 신의 축복을 거스르는 일일까요?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나를 잊어가는 사람을 나 혼자 붙들고 글로 남기는 일은 참 부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기록은 순간의 기록이고, 단순한 사람의 기억이 아닌, 그 때의 나를 평생 기억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작업과도 같습니다. 그때의 감정, 겨울의 냄새, 좋아했던 소리들이 낱알이 흩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때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 기억 속에 그때의 나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호랑이를 말하는 데 내 귀에 사랑해로 들렸다면 그 말은 호랑이일까요? 사랑해일까요?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이 책 속 이야기들은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은 나라, 똑같은 도시, 똑같은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시껄렁한 에피소드들이 특별해지는 것은 사건을 넘어 감정이 묘사되어지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한강 공원 주차장, 차 안의 두 남녀,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면이지만 호랑이를 사랑해로 잘못 듣는 남자의 감정이 묘사되는 순간 그 공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맨틱하고 달달한 장소가 되어버립니다.

 

문득 지금 나의 순간도 내가 내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묘사해낸다면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꽃 피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순간들, 이별과 허무함의 정서들을 그저 술 한잔에 타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씹어먹어보고 혀로 돌돌 굴려보기도 하면서 음미해본다면 나의 내면이 조금은 더 다채로워지고 현실을 보는 시야가 조금은 더 확장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말하고 있을 때 나는 더없이 연약해지며, 그때 나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책에 담겨진 날것의 감정들을 맛보시면서 사랑을 대하는 나의 민낯을 살펴보세요.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하나씩 정의해가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다보면 사랑과 나, 그녀, 현재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책,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