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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한국 소설 중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힐만한 구절이 있습니다. 아마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전철이 흔들리자 문득 그녀의 머릿결에서 국화꽃 같은 향이 났다."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는 2002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박해일, 장진영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 20주년을 맞아 산뜻한 표지를 입고 일부 표현을 수정한 후 개정 출간되어 다시 독자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화꽃 향기는 산모의 진통으로 시작됩니다. 출산의 과정이야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미주의 출산은 유난히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로맨틱 소설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 든 독자들을 당황하게 할 만큼 처절한 출산장면으로 시작된 이 소설은 이내 10년 전의 과거로 플래시백 됩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신촌의 Y 대를 배경으로 청춘의 첫사랑의 감정을 그려낸 수작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서 동일한 배경에서 한 남자의 첫사랑을 이야기한 작품이 바로 이 국화꽃 향기입니다. 승우는 Y 대 경제학과 새내기였고, 미주는 E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연상의 여학생이었습니다. 대학 연합 서클인 CDS에 참석하기 위해 신촌으로 향하던 승우는 신촌역 수많은 인파 속에서 국화꽃 향기를 맡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국화 내음이었습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여성을 쫓아갈 마음은 없었지만, 출구가 같았고 방향이 같아 뒤를 따라가던 승우는 약속 장소였던 매직 넘버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조금은 까칠하고 당당했던 그녀, 미주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스무 살의 풋사랑이 대개 그러하듯 승우와 미주의 감정은 엇갈립니다. 대학을 졸업한 승우는 MBC FM 라디오 프로듀서로, 미주는 충무로의 한 영화사에서 영화 일을 시작합니다. 이후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설의 리뷰에서 소설 줄거리를 스포일러 할 수 없어 난감하지만 모두 알고 계실만한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둘은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둘 앞에 펼쳐집니다.
어떤 면에선 고전적인 순애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단 가장 클래식한 사랑의 정수를 뽑아낸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의 마음, 둘을 갈라놓는 수많은 어려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삶의 절벽 앞에 한 사람이 쏟아내는 통곡의 감정까지 시대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사랑다운 사랑 이야기가 이 책 안에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몇 년을 앓아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군대에 가서도, 취직해서도 잊지 못하는 첫사랑, 국화꽃 향기가 나던 그녀를요.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던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진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해주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 국화꽃 향기가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 20주년 기념 개정판은 단순히 표지갈이만 하고 출간된 것이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며 예전과 달라진 여성관, 정서들을 수용해 많은 표현이 수정되었습니다. 2002년 발간된 초판에 있던 '서른 된 여자치고는 곱상하다'느니, '서른 된 여자도 여자냐' 같은 표현들은 대거 삭제되거나 수정되었습니다.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1987년 8월 7일, 1993년 12월 11일 등 과거의 시점을 정확하게 언급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그렇기에 과거 그 시절의 편견어린 대화와 철없는 표현들이 있는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과거를 회상하는 데 더 큰 몰입감을 주고 현재와 명확히 구분되는 정서적 거리감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는 것은 현재의 독자들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수정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나 저러나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가장 성공한 순애보 문학, 국화꽃 향기 20주년 개정판을 통해 잠들어 있던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의 감정을 다시 깨워보세요. 현실과 타협하고 내 유익만 추구하던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우실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국화꽃 향기를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