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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 여태현 산문집
여태현 지음 / 마음시선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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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젊은 날의 단상, 여태현 작가님의 산문집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조각조각의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알릴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승전결에 따라 작성한 것도 아닌데, 작가님은 왜 짧은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놓으셨을까요?
우리의 기억은 뒤죽박죽입니다.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의 머릿 속에서 언젠가 인과관계가 뒤바뀌기도 하고 일의 경중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론 쉽게 잊혀져 버리는 것들도 있지요. 작가님은 그녀를 남기기 위해 글을 적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금 더 분명하고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랑의 감정들은 글의 옷을 입고 하나씩 정리되어 집니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는데 사랑을 기록하는 것은 신의 축복을 거스르는 일일까요?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나를 잊어가는 사람을 나 혼자 붙들고 글로 남기는 일은 참 부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기록은 순간의 기록이고, 단순한 사람의 기억이 아닌, 그 때의 나를 평생 기억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작업과도 같습니다. 그때의 감정, 겨울의 냄새, 좋아했던 소리들이 낱알이 흩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때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 기억 속에 그때의 나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호랑이를 말하는 데 내 귀에 사랑해로 들렸다면 그 말은 호랑이일까요? 사랑해일까요?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이 책 속 이야기들은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은 나라, 똑같은 도시, 똑같은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시껄렁한 에피소드들이 특별해지는 것은 사건을 넘어 감정이 묘사되어지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한강 공원 주차장, 차 안의 두 남녀,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면이지만 호랑이를 사랑해로 잘못 듣는 남자의 감정이 묘사되는 순간 그 공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맨틱하고 달달한 장소가 되어버립니다.
문득 지금 나의 순간도 내가 내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묘사해낸다면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꽃 피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순간들, 이별과 허무함의 정서들을 그저 술 한잔에 타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씹어먹어보고 혀로 돌돌 굴려보기도 하면서 음미해본다면 나의 내면이 조금은 더 다채로워지고 현실을 보는 시야가 조금은 더 확장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말하고 있을 때 나는 더없이 연약해지며, 그때 나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책에 담겨진 날것의 감정들을 맛보시면서 사랑을 대하는 나의 민낯을 살펴보세요.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하나씩 정의해가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다보면 사랑과 나, 그녀, 현재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책,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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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