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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도 배는 고프고
라비니야 지음 / 크루 / 2025년 3월
평점 :
울다가도 배는 고프고
라비니야 지음 / 크루
*한 입의 온기로 위로받는 날들
계절을 닮은 서른 개의 식탁
요즘 나는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에 채소를 손질하며 상념을 정돈하고,
활기찬 한 날에는 그때에 어울리는 명랑한 한 끼를 고심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속이 헛헛하거나, 기름진 메뉴를 먹고 자책하는 날이 여러 번
이어진다면, 약간의 정성을 쏟은 한 그릇 요리로 기분 좋게
식사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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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치있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한장 한장 읽다보면
그냥 평범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며 보내는
하루하루의 그 소박한 시간들이 감사라는 것을,
잔잔함 속에서 가만히 물들어가는
그런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귀여운 그림들이 들어가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는 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그 계절에 어울릴만한 재료들로
때로는 평범하게, 때로는 특별하게
정성이 가득 담긴 한끼를 만들어내며
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료와 양념, 요리 순서가 나와 있어서
마음이 드는 레시피는 직접 따라해볼 수 있고
책 속에 나와있는 레시피들이
너무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p41
그 사람의 끼니를 걱정하는 것만큼 관심과 애정을 실은 말이 있을까.
누군가를 걱정하고 애정하는 마음을 담은
밥은 잘 챙겨먹냐는 말..
올해 40이 되는 딸에게 전화하면서도
늘 밥은 잘 챙겨먹는지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생각나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진다
*p88
우리가 어떤 음식에 이끌리는 건 허기짐 때문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작용이 아닐까.
분명 같은 레시피로 만들었는데도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 문장처럼 그 시절의 애틋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부드러운 계란찜,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새콤달콤 비빔국수
그 뒤로 수많은 계란찜과 비빔국수를 먹었지만
그 시절의 그 맛과 감동은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늦은 밤 죽어가는 과일로 잼을 만들면서
'이렇게 죽기 직전의 과일도 살릴 수 있는데,
막상 뭐든 시작 하면 어떤 완성에 도달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며 힘을 냈다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건
대단히 큰 힘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의지와 아주 작은 마음이라는 걸
조용히 마음에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