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눈 사이 방지언·방유정 선비와맑음피를 나눈 자매, 지독한 애증의 관계언니를 살리기 위해 태어난 동생이이제는 그 언니를 죽이려 한다.설정부터 꽤 강렬했던 소설이었다.백혈병에 걸린 언니 영진을 살리기 위해 태어난 화진. 자신의 조혈모세포까지 나눠주며 언니의 생명을 구했지만, 정작 영진은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었다.화진은 그런 언니의 곁에서 무려 25년 동안 부역자로 살아왔다.결국 언니를 죽이기로 결심한 화진은 실종된 딸의 아버지와 함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영진이 무언가 눈치챈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은 점점 아슬아슬해진다.언니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화진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됐다.그런데 읽으면서 사건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두 자매의 관계였다.화진에게 영진은 누구보다 미워하고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하나뿐인 언니였다.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오랫동안 그 곁을 떠나지 못했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었을 것 같다.가족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언니를 살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오랜 시간 범행에 얽혀 살아온 죄책감도 있었을 테니까.혈육이라는 관계가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이었다면 진작 돌아섰을 관계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끊어내지 못할 때가 있다. 사랑과 미움이 뒤섞이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물론 영진의 끔찍한 범행까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언니를 죽이기로 결심하고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화진의 마음은 조금 이해가 됐다.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과 그 사람을 완전히 버릴 수 있는 마음은 또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전개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여러 사건과 반전이 한꺼번에 이어지면서 앞부분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다소 흐려지는 느낌이었다.그래도 그전까지 이어지는 두 자매의 위험한 심리전과 복잡한 감정은 꽤 흥미롭게 읽었다.처음에는 연쇄살인범 언니를 죽이려는 동생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는 오히려 혈육이라는 관계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게 됐다.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서로의 삶을 책임져야 할까.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가장 멀어지고 싶은 사이.피를 나눈 사이는 그 복잡한 관계를 섬뜩한 이야기 속에 담아낸 소설이었다.
⠀⠀⠀ 달라서 다투고 다르니까 사랑한다 박현정 샘터⠀⠀⠀우리 부부가 자꾸 싸우는 진짜 이유⠀⠀돌이켜보면 결혼 초반에는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참 많이 다퉜다⠀⠀특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둘 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당장 내가 힘든 게 먼저였고,⠀그러다 보니 별것 아닌 말에도 서운해하고서로에게 날 선 말을 건네기도 했다⠀⠀나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상대의 별뜻 없는 한마디에나 혼자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달라서 다투고 다르니까 사랑한다는⠀우리가 흔히 성격 차이라고 생각하는 부부 갈등의 상당수가같은 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나는 걱정해서 한 말인데 상대는 잔소리로 듣고,애정을 담아 한 말이 간섭으로 전해지기도 한다⠀⠀그래서 부부에게 필요한 것이상대의 말을 오역하지 않는 ‘대화의 문해력’이다⠀⠀⠀가족과 부부 관계를 상담해온 저자는⠀공감하고 존중하는 말부터힘든 순간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말,오래 함께하기 위한 동행의 말까지⠀부부에게 필요한 36가지 말을 들려준다⠀⠀⠀책을 읽으며 결국 좋은 대화란⠀말을 잘하는 것보다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시간을 오래 보냈다고 해서상대의 마음까지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니까⠀⠀⠀결혼하고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어쩌면 부부에게는 계속해서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달라서 다투더라도그 다름까지 이해하며 오래 함께하기 위해⠀⠀⠀
《얼음 그리고 레몬사탕》박소을샘터⠀⠀⠀열여덟이 쓴 여름의 문장⠀⠀⠀2008년생 시인이 쓴 첫 시집이라는 말에처음에는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펼쳤다⠀⠀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여러 번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게 되었다⠀⠀⠀《얼음 그리고 레몬사탕》에는⠀사랑하고 좋아했던 마음,친구와 함께했던 순간,쉽게 놓이지 않는 미련과 지나간 기억들이 담겨 있다⠀⠀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여름에 빗대기도 하고,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특히 ‘우리’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시에서는나도 한참 머물렀다⠀⠀⠀그리고 열여덟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니어느새 나의 열여덟 여름도 떠올랐다⠀⠀그때는 몰랐는데지금 돌아보니 참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이었다⠀⠀좋아했던 사람도, 함께했던 친구들도,별것 아닌 일에도 웃었던 순간들도⠀⠀이제는 모두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이상하게 어떤 기억은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그래서 이 시집을 읽으며열여덟의 마음이 꼭 열여덟에게만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여름이 지나고 나서야더 선명해지는 마음들...⠀⠀⠀여러분의 열여덟은어떤 계절로 남아 있나요?⠀⠀
《복음은 복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최준식 세움북스⠀⠀⠀복을 좇는 삶에서 방향을 찾는 삶으로⠀⠀⠀우리는 신앙 안에서도 자꾸 잘되기를 바란다⠀위로받고 싶고, 힘을 얻고 싶고,내가 원하는 일이 잘 풀리기를 기도하기도 한다⠀⠀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내가 무엇을 얻었는지가 아니라지금 내 삶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복음은 복이 아니라 방향입니다》는⠀복음을 믿는다는 것이⠀단순히 위로받고 복을 얻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결국 내 삶과 관계의 방향이달라지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은혜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회개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삶의 방향을 돌리는 일이라고 말한다⠀⠀그리고 그 방향은 나에게서 멈추지 않는다⠀⠀고통이 있는 곳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로,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자리로 이어져야 한다⠀⠀⠀책을 읽으면서저자인 최준식 목사님의 삶도 인상적이었다⠀⠀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아이들을 만났고,⠀학교 앞에서는 ‘오떡이어’라는 분식점을 운영하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먹고 쉬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책 속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방향’이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목사님의 실제 삶과도 이어져 있다는 점이 좋았다⠀⠀⠀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방향은⠀그저 마음속으로무엇을 믿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주일에 무엇을 고백하는지를 넘어⠀평일에 누구를 바라보고,어떤 선택을 하고,어디를 향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복을 얼마나 받았는가보다그 복음이 내 삶을 어디로 움직이게 하고 있는가⠀⠀⠀책을 덮고 나니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박륜민도서출판담다⠀⠀⠀⠀⠀열심히 사는데도 자꾸 지치는 이유⠀⠀⠀언제부터인가 열심히 사는 것보다더 빨리, 더 많이 해내는 게⠀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잠시 멈추면 뒤처지는 것 같고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가야 할 것 같았던 마음⠀⠀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자꾸 내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됐다⠀⠀⠀⠀《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는⠀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며속도와 성과에 익숙하게 살아온 저자가⠀⠀케냐 나이로비에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만나며⠀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기준을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다⠀⠀⠀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의 뽈레뽈레⠀⠀더 빨리 앞서가기 위해 달려왔지만⠀정작 왜 그렇게 달려야 하는지는생각하지 못했던 저자가⠀⠀나이로비에서 다른 속도의 삶을 만나고,⠀목적과 기대를 잠시 내려놓으며달라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이 책은 무조건 느리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오히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지,지금의 속도가 정말 나에게 맞는지를 생각하게 했다⠀⠀⠀열심히 사는 것만큼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가끔은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겠다⠀뽈레뽈레, 천천히 천천히⠀⠀⠀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