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윤학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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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윤학 사진 산문집 / 오늘산책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들,
시를 쓰려고 찍어둔 사진과 어울리는 산문들,
몇 편의 엽편소설까지 들어있는 책

작가님은 산촌으로 들어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연락하지 않고 살아온 날이
많았지만 외롭기는커녕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거려진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작가님의 문장속에서
당신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되기도,
헤어진 부인이 되기도, 자식이 되기도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되기도 하며
그들과의 추억들이 잔잔하게 묻어나온다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속의 수많은 순간들이
작가님의 사진과 문장들을 통해 이야기를 건넨다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뻔한
아주 사소한 순간들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사진들이 어떤 기억들을 꺼내어
글로 풀어지는 장면들을 보면서
그저 감탄할수밖에 없다

특히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수십년을 꾸준히 마셔왔던 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p71
넷째 고모가 말씀하셨다. 너희 아버지 당뇨 있는데 왜 지금껏 흰 쌀밥만 고집하겠냐. 흰 쌀밥 먹은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야. 뭐라 하지 마라. 못 먹은 만큼 채우려는 것이다.


*p139
내게 남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아주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숨을 남겨주고 불쑥불쑥 솟아나는 사무치는 기억으로 흩어져 이 세상에 초미세먼지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진폐증으로 숨이 가쁘지만
가족들을 위해 평생 고생하며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수많은 물건들을 통해
아버지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진심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문장에
괜시리 마음 한켠이 시려온다


과거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글 외에도

작가님이 키우는 개 사진과 함께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도 있어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혼자 뭉클해졌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
마음이 잔잔하게 편안해지는 그런 책이다



*p5
함께 있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워 웃음 짓던 순간으로 거슬러 가고 싶었다. 그때의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으로 혼자 있어도 웃을 수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와 상황들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건
비록 지금은 곁에 없더라도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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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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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한국인 최초 괴테 금메달 수상,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tv'의 서울대 전영애 명예교수가
삶의 물음 앞에 선 이들에게 전하는 문학과 인생 수업



처음 표지의 글을 보고 괴테 금메달이 뭘까 궁금했는데
작가소개에 적혀 있어 바로 궁금증이 풀렸다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들에게
바이마르 괴테학회가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는데
와,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 제목처럼

작가님의 문장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인생선배의 따스한 조언처럼 느껴져
마음가득 위로가 되면서

아, 나도 이런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다짐까지 든다



1장. 인생을 배운 찰나의 순간들

2장. 몹시도 귀한 것, 가장 귀한 것

3장. 한 삶으로부터

4장. 시를 굽는 사람들

5장. 사랑이 우리를 살린다


책에 쓰인 말들도 어쩜 이리 예쁘고 단아한지
요즘같이 온갖 강한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속에서

맑은 차 한잔을 마시는 것 같은 편안함을 더해준다



작가님은 스스로 자신의 문장이 별거 아니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하셨지만

온 삶에서 묻어나온 지혜들이 담겨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깨달음이 되고 위로가 되고 반성이 된다


*p90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사랑이야 기본에 두고- 의역해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노동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p262
글 배웠으면 빛나는 논리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입장을 유리하게 할 수도 있고, 이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이다. 틀린 것은 틀리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저 생각 없이 순응함으로써, 혹은 작은 목전의 이득을 위해, 혹은 귀찮아서 잠자코 있음으로써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상의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작가님이 후학을 위해 지은 책의 집, 여백서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도 꼭 가보고 싶다


책 속 문장들이 너무 좋아서
책을 한 권 더 구입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필사단에 참여했다

다시 한번 책을 더 읽고 필사하며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여보며
깊이 있게 읽고 쓰는 시간이 너무 의미있었다

다시 또 읽은 작가님의 문장은
역시나 너무 은은하고 마음에 감동을 준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책은 내 마음속에 계속해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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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 1600년부터 오늘까지, 진보와 반동의 세계사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김종수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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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 부키

1600년부터 오늘까지, 진보와 반동의 세계사

"왜 어떤 나라는 진보하고 어떤 나라는 번번이 좌절하는가"



*혁명 revolution

- 질서와 안정성, 물체를 항상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일정한 패턴의 움직임을 의미

- 갑작스럽고 급진적이거나 완전한 변화, 근본적 변화 또는 전복

한 단어가 거의 정반대의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1부. 무엇이 한 시대를 혁명적으로 만들었는가

1부에서는 최초의 자유주의 혁명인 네덜란드부터
영국, 프랑스, 산업 혁명, 미국 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혁명적 힘과 반발이 불러온 현대적 혁명

이어지는 2부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세계화, 정보, 정체성, 지정학적 이중 혁명에 대해
깊이있게 소개한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대립되는 두 가지 줄거리,

진보와 성장, 파괴, 급격한 진전이라는 의미의
레볼루션 등을 뜻하는 자유주의와

퇴행과 제한, 향수, 과거로의 회귀라는 의미의
레볼루션 등을 뜻한 반자유주의

레볼루션의 이러한 이중적 의미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16세기 이후 기술 및 경제의 변화는 크나큰 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혼란과 그 혜택의 불평등한 분배는 큰 불안을 불러일으켰고

변화와 불안은 결국 사람들이 새로운 의미와 공동체를 찾는
정체성 혁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힘이 모여 정치 혁명을 일으킨다


혁명에 따르는 반발과 역풍을
점진적으로 원만하게 수용하면서 대처하면
개혁과 진보로 이어지지만

그러지 못하면 탄압과 반란이라는
폭력적 혼란이 일어난다

왜 어떤 혁명은 성공하고 어떤 혁명은 실패하는가
그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완만하고 절충적 변화를 꾀하는 온건한 혁명은 성공하고

특정 이념에 경도되어 급진적 변혁을 추구하는
위로부터의 과격한 혁명은 실패로 끝난다


저자는 이 책을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하기 전 집필했다

트럼프 같은 반자유주의적 지도자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트럼프는
미국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되었고

취임 직후부터 과격한 반자유주의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회가 극단적인 반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의 폐해를 깨닫고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답은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 의식에 있다

영국과 미국이 급격한 변화에도
공산주의나 파시스트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종교, 전통, 공동체와 같은 사회의 오래된 요소가
변화의 폭풍 속에서 배가 전복되지 않도록 하는
평형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혁명을 거치며
지금 우리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풍요롭고 편리하며 자유롭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단절되어 고독하며
마음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듯 고독하기만 하다

저자는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면서
사람들이 덜 방황하고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솔직히 읽기 편하고 쉬운 책은 아니었다

정치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편견만 가지고
제대로 관심갖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런 책들을 만날때마다
왜 우리가 제대로 알고 깨어있어야만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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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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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 다반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닐스의 신기한 모험>의 작가 셀마 라겔뢰프의 숨은 걸작!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며
망상 속의 황제가 되어 버린 아버지!



가난한 일꾼이었던 얀,

계획에 없던 아이가 태어나던 날
자신의 휴식 시간이 빼앗기게 될 것을 걱정했지만

딸을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딸은 얀의 유일한 기쁨이자 사랑이 된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컸던지
밝게 빛나던 태양을 아이의 대모로 삼겠다고 결심하고
이름도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뜻의
클라라 피나 굴레보리라 짓는다



이 부분을 읽으며 큰아이를 만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워낙 가족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엄마를 보며
나는 내 삶이 중요하니까
절대로 아이는 낳지 않을거라 결심했는데..

한달가까이 입원하고 누워지내야 했던 힘든 임신기간을 지나
무통주사도 없이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고 첫째를 만났을때

지금까지 힘들었던 건 눈 녹듯 사라지고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내 아이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지 않을까



그렇게 얀은 클라라와 특별한 유대관계를 이루며
클라라를 사랑으로 정성껏 키운다

클라라가 18살이 되었을 때
가족이 함께 살던 집을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하고
클라라는 자신이 도시로 나가 돈을 벌겠다며 집을 떠난다

편지한통 이후 소식도 없는 딸을 기다리다
자신이 포르투갈 황제가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얀

그리고 매일같이 부두에 나가 오지 않는 딸을 기다린다



*p265
"아비로서 견딜 수가 없었던 거지. 그 깊고도 무거운 사랑이 없는 삶을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p332
"이런 나에게 어떻게 아직도 다정하게 대할 수 있어요?" 클라라가 흐느끼며 말했다. "엄마는 어떻게 변함없이 따뜻할 수가 있어요?"

*p342
자신이 어디를 가든, 어디에 서 있든, 아버지는 그저 딸의 곁에 머물며 지켜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얀이 바란 전부였다.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는데

나는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여전히 부모님의 그 사랑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애타는 마음으로 딸을 기다린 아버지 얀,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죄책감때문에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 클라라

어떤 말로 얀의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주고도 더 주지 못해 한이 되는
부모의 그 가슴 찢어지는 심정을
자식된 입장에서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부디 너무 늦기전에 받은 사랑을 깨닫고
조금이나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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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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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지음 / 리프

"무언가를 아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
인간이 가진 그 근원적인 기쁨이 이 소설에 가득 차 있다."
- 아쿠타가와 심사평


일단 작가님 소개부터,

2001년에 태어난 대학원생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
30일 만에 쓴 첫 장편소설로 문학상을 받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는 엄청난 분!


이 책에는 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가
가족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 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들에게 바이마르 괴테학회가 수여하는
한국인 최초 괴테 금메달을 받은
작가님의 책을 읽어서인지

책의 내용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괴테의 명언이라 적혀있는 사소한 홍차 티백 꼬리표를
그렇구나 하고 지나쳐버릴 수 있음에도

그 출처를 명확하게 찾기 위한
도이치의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독일인 친구였던 요한은
독일 사람들은 명언을 인용할 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자신이 생각한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 이라고 덧붙인다며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과연 티백에 있던 명언도 정말 괴테가 말한것이 맞을까?

도이치는 책을 찾아보고 알만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책의 뒷부분에 가면 결국 독일까지 찾아간다!



이 여정속에서 아내인 아키코, 딸 노리카,
친한 동료인 시카리와 제자 쓰즈키 등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책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너무 매력적이다


자극적인 사건과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책들과는 다르게
잔잔한 일상들의 모습들이 그려지며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그런 따스한 마음들이 느껴져

읽는동안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이야기 속의 가장 큰 사건이라면
시카리의 날조와 도용,

그리고 도이치가 티백의 그 문장을 출처 확인을 끝내지 않고
괴테가 말했다며 방송에서 이야기한 정도?


*p212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괴테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도이치 주변의 인물들이 다 이어져 있었음을

결국 우리는 연결되어있고
그 바탕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말이 가진 의미와 안다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말해졌고 말해지고 있지만
그 말이 나에게 의미가 되려면
결국 나만의 말로 말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도 길게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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