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좋은 사람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이현 지음, 백두리 그림 / 마음산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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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 새로운 주인공이 쏟아져 나오는 선물 상자 같은 11편의 단편들. <비밀의 화원>엔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내가 등장한다. 페이스북에는 김나나라는 낯선 이름에, 멋진 수백장의 비싼 가방, 멋진 도시의 사진들이였다. 동경하는 삶, 거짓이여도 다른 세계에 살고 싶다는 아내의 욕망이 있는 세계를 본 남자의 마음을 상상햤다. 안타깝고, 미안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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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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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lent Patient>
8월 25일 그해 여름 엄청 더웠고,
(오늘로부터 3일 뒤 사건은 발생한다) 밤 11시 30분경, 44살의 가브리엘 베런슨은 발목과 손목이 의자에 철사로 묶인채 얼굴에 5발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상태, 아내 앨리샤는 피에 덮인 채, 양 손목 혈관에 깊은 상처로 피를 쏟고 있었다. 대체 그녀는 왜?

그녀는 화가다. 사건 후, 그리스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를 그림 제목으로 짓고는 말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범죄자 정신병원에 입원한 6년 뒤, 42살의 심리상담가 테오 파버가 진실을 알기 위해, 도와 주기 위해 다가선다.

심리 스릴러로, 비밀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든다. 책의 80%가 지날 무렵 진실은 드러나는데, 깜짝 놀라고, 딱 들어맞는 톱니바퀴에 놀라는 경험이 아주 일품이다.

85%가 지나면서, 흐린 날씨에 비바람이 불더니, 책을 든 내 주위에 폭풍우가 시작됐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지직 뿌리 뽑인 나무가 날아다니더니, 나를 사정없어 치고, 난 길바닥에 처참히 누워있다.

매혹적인 폭풍이 지나가면, 살며시 일어날꺼다. 이야기의 매력을 하염없이 음미한 뒤,
불완전한 인간과 상처 입은 우리들이 가엾기도 하고, 또 이야기는 멋지고 강렬해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바람이 그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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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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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불안 장애의 최고 묘사. 나 일지도 모른 그 사람.

이 책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두렵다, 불안하다, 마치 지옥 같다˝입니다.
수기 형식으로 모든 문장이 이해되는 친절한 책이지만, 스토리를 따라갈수록 안타깝고, 고통스럽고, 나와 같은 주인공 ˝요조˝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성격 자체가 불안하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심성이 여리고, 소심한 주인공 ˝요조˝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두려움과 어색함을 유머와 익살, 장난으로 자신을 숨기며, 거짓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

술, 담배, 전당표, 여자로 반복되는 삶의 굴레를 살면서, 두려움으로 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그는 2살 연상 ‘쓰네코‘와 가마쿠라 바다에 투신하고 자신만 살아남지만, 가족의 도움과 건강상 이유로 비굴하게 기소유예를 받습니다.

제목 <인간실격>은 인간의 자격을 잃어버린 자로, 죄인을 의미하는 걸까요? 여자를 죽게 하고 벌을 안 받은 요조, 여자를 이용하여 숙식을 해결하고 빌붙어 사는 기생인간. 스스로 괴로움에 마치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조가 불행의 늪으로 계속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부적응자보다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살고 있고, 몸과 정신이 아프지 않아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뿐,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로 아프다면 생활이 어떻게 어려워질지 장담할 수 없는 불완전한 삶의 형태에 가끔 두렵기도 합니다.

이 책이 의미있게 더 마음이 가는 이유는, 현재 나와 시대나 배경만 다를 뿐, 정확히 실체가 안 보이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갈수록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를, 가엾은 요조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옥 같은 세상에 인간의 연약한 부분을 남김없이 드러내어, 오히려 불안해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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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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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만나고 14살 연상의 살로메를 연모하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앙드레 지드를 만나고, 로댕의 비서로 1년간 일한 적이 있는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윤동주가 별을 헤이며 노래한 이도 릴케였지요.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가 28세부터 6년간 쓴 일기체 소설 <말테의 수기>를 읽어봤습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란 첫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지하로부터의 수기>처럼 내면 세계를 다룬 문장들이 아름다우나, 난해하고 몹시 지루합니다.

소설이지만 줄거리가 없고, 사건이 아닌 상상과 기억만으로, 71개의 소주제가 릴케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공포, 얼굴, 생명, 죽음, 아침, 달, 시(poet), 도서관, 질병, 불안 등등으로 삶의 본질을 논합니다.

줄거리가 없는데, 설마(?) 하면서 믿지 못하는 사람도 더 있을 겁니다. 릴케가 파리에서 보낸 암담한 생활의 여러 단편적 수기가 모아진 형태인데 어느 글에선 ˝여러 주제가 상호보완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새로운 모티브로 끊임없이 변주된다˝라고 멋있게 말하던데,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처음 맛 본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맛.

나중에 그 의미를 찾게 될지도 모르는 숨은 보물찾기 같은 책으로 명하고 읽자마자, 책꽂이 맨 윗칸에 꽂아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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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2 : 말테의 수기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2
홍은희 글, 최순표 그림, 손영운 기획, 라이너 마리아 릴케 원작 / 채우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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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도 쉽지 않다. 줄거리 없는 일기 형식의 소설. 71개의 소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암호 같은 책. 만화로도 이야기의 단편만을 담을 뿐. 릴케의 불안과 공포를 만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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