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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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증오심을 너무 부추기지 마. 너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니까.˝ - 드미
˝나는 당신 못 보면 구역질이 나는데.˝ - 헬레나
허미아를 사랑하는 드미트리우스, 그런 그를 사랑하는 헬레나의 대사다.
엇갈린 사랑은 어디까지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둘 다 이성까지 마비된 상태.

<한여름 밤의 꿈>은 현실이지만, 환상 속에 펼쳐지는 연애시다. 인물들은 긴 독백의 대사를 마구 쏟아내며 감정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제목이 꿈이지만, 실제 꿈 속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소동이 끝난 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제 마법 같은 일들이 단지 꿈이라도 말하기에는 너무 생생해서다. 지금을 현실이라고 믿고, 단번에 깨서 못하는 것이다.

마법의 약은 팬지 꽃즙을 잠자는 눈꺼풀에 바르면, 눈뜨고 처음보는 생물에게 미치도록 사랑에 빠지는 효과를 낸다.
두 남자에게 발라진 약은, 동시에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모질게 헬레나를 밀어내면서 구역질 난다던 드미는, 마법의 효과로 헬레나에게 정신없이 사랑의 말들을 뱉어내었는데 자신의 본심일까? 마법일까?

꿈에서 깨어난 드미는 미워하던 헬레나를 갑자기 사랑하게 된 자신을 믿을 수 없고, 헬레나는 원했던 사랑을 얻었지만, 100% 신뢰 할 수 없다.

하지만 드미트리우스가 말한다.
<전에 병처럼 헬레나를 혐오했으나, 이제는 사랑하며 충실할 꺼라고.>

마법의 힘만으로 볼 수 없다. 사랑에 눈을 뜬 사람만이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헷갈리지만, 읽을 때마다 익숙해지고, 구체화되면서 재미는 더해진다.

* 표지는 아도니스 각성이란 워터하우스 그림이다. 왜 <한여름밤의 꿈>에 아도니스가 등장하지 않는데 표지로 썼을까?

답은 아마 적당한 그림을 찾기 어려워, 셰익스피어 장편시와 관련된 그리스로마신화 명화를 넣은 것이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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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쏜살 문고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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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김승옥, 1964>
신문에 만화를 그리는 연재만화가의 일상, ˝차나 한잔˝하자며 문화부장은 연재 중단을 알린다. 창작의 고민과 생계의 불안이 엄습한다. 앞집 남자처럼 술 마시고 아내를 때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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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당신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1965년 25세>

이 질문을 듣는다면, 똥파리? 프랑스 파리? 꿈틀거림? 별 시덥잖은 사람이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선술집에서 처음 만난 25살 동갑 나와 대학원생 안은 괴상한 질문과 답변을 힘겹게 이어간다. 겨울밤 애기할 사람이 딱히 없으니, 이렇게라도 ~

선술집에서 만난 36살 사내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내의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죄책감에 시체를 판 돈을 다 써버리자, 불구경도 가고, 아침엔 여관에서 사내의 죽음을 뒤로 하고, 서로 처음처럼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기도 쉽지 않고, 서로 다른 불행을 짊어지고 사는 우리는 자신의 무게에도 허덕입니다. 고작 벽 하나와 타인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인들의 가깝고도 먼 삶을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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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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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1964>

대체로 단편이 10장 정도라면,
33쪽이나, 순식간에 읽힌다.

안개가 그렇듯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안개는 벌써 내 주위에 있었고, 인식하자마자 앞이 안보이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시작은 ˝무진으로 가는 버스 10km˝이정비로 명확하게 숫자로 보여 주고, 끝은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팻말이 씌여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로 끝맺는다.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
이승에 한이 있어서 메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처럼 /
사람들로 하려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안개에 대한 묘사가 다양하다.

고향이 ‘무진‘인 나 ˝윤희중˝은 서울에서 실패로부터 도망칠때, 새출발이 필요할때 무진으로 갔었다. 예전에는 어머니에 의해 의용군 징벌도 국군 징병도 골방에서 숨어 피해버렸던 나다. 지금은 제약회사 승진을 앞두고 아내와 장인에 의해 고향으로 휴가차왔다.

밤에 중학교 후배 ‘박‘ 선생과 세무서장이 된 동기 ‘조‘, 음악선생 ‘하인숙‘을 만나 어울리다, 인숙을 집에 데려다 준다.

˝미칠 것 같은 무진에서 서울로 데려다 주세요. 네?˝ 왜 이 여인은 나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는 걸까? 돈도, 호감이 있는 듯하니, 생계를 책임져 달라는 건가? 나를 유혹한다.

그녀의 조바심이, 나의 불안으로 바뀐다. 심한 애정을 느끼는 탓이다.
아내의 상경하라는 전보에, 인숙에게 ˝사랑한다˝고 쓰고는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찢는다.

* 어머니의 강요로 징집을 피해 숨었어야 하고, 지금은 아내의 입김에 기대 승진이 되기를 기다리는 ˝희중˝.

** ‘나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가 정해주는 바에 따라 초라하게 움직이는가?‘라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찾아온 연애도 상황이 먼저다. 상실이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는 그와 다르게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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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세계 단편 베스트 9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원미 지음, 조종래 그림 / 국민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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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반, 톨스토이>
단편에는 바보가 많이 등장한다. 바보 삼룡이, 백치 아다다, 달밤에 등장하는 황수건, 황만근, 어둠의혼의 누나, 서양에선 바보 이반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경증의 지적장애인이다. 현실에선, 복지관에 머무는 이들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 모두 똑똑한 정상인들이 추구하는 권력, 돈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다른 개념으로 바라본다.
인간에게 가치있는 건 평온한 하루, 땀 흘려 농사 짓는 열정, 서로 나누는 사랑을 보여준다. 과연 누가 똑똑한가?

아들 삼형제에 막내 이반, 도깨비가 등장하고 결국 이반에게 굴복하고 만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힘, 돈으로는 이반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거대한 사회인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모두 약자이기 때문이다. 경중이든 중중이든, 그저 소설 속에 목소리로만 만나는 이들.

그러나, 바보 이반이 부럽다. 순수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는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행복에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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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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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통쾌한 기분을 주었던 희곡으로 기억한다. 샤일록을 일약 구두쇠의 최고봉으로 만들어 준 소설. 16세기 베니스는 해상무역으로 금융의 메카였다.

유대인은 기독교와는 달라서,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아, 1290년 영국에서 추방되었다. 그래서 대부분 정상적인 직업이 어려워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간다.
- 알고보니 빌려준 3천 다카트는 지금 돈으로 30억에 해당하니, 이 소설은 현대판 재벌이야기였다.

사일록에 의하면, 안토니오가 지난번 수요일에는 저고리에 가래 침을 뱉었고, 어느 날은 발로 찼고, 또 개 🐕 라고 불렀다고 한다.
구체적인 걸 보니 지어낸 말 같지는 않다.

또, 안토니오가 공짜로 돈을 빌려주므로, 유대인의 고리대 이자가 낮아져 불만이 가득하다. 사실 사일록의 빚 독촉을 하소연한 사람들을 몰래 안토니오가 도와 줬었다.

샤일록이 그동안 쌓아온 증오와 원망이 더 클 것이다.

여기서도 세가지 선택이 등장한다. 포셔에게 청혼하는 이는 금궤, 은궤, 납궤 中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바사니오가 선택한 납궤에는 고운 포셔 초상화가 들어있었다. 단아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울거 같은 얼굴..

샤일록은 계속 계약서만을
강조한다. 계약대로 하겠다.
계약만 외치는 목맨 자, 계약으로 망하리라.
상처를 막을 의사를 불러라는 포셔의 마지막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포셔는 이걸 노렸을테다)

결국, 포셔의 기지로 재판은 끝났지만, 포셔에게 정당한 권한이 있던걸까? 공작은 벨라리오 법학 박사가 추천한 발타자르를 법정의 판결자로 인정했지만, 애초에 거짓신분이 아니던가?

다들 모험과 확률에 목숨을 건 자기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다.
배가 들어올 것을 믿고 인육 계약을 하는 안토니오, 제비뽑기에 결혼을 건 바사니오, 재치와 지혜를 믿고 법정으로 나간 포셔, 이들의 일생일대의 모험은 결국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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