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자연을 닮은 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난초> 정호승

난초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불만이시다
하루는 나더러
물을 안 주고 학대하면
꽃이 핀다고
이제 난초에 물을 그만 주라고 하신다
그래도 나는
난초에 물을 자꾸 주었다
아버지 몰래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어느덧 난초를 죽이지 않는 나이가 됐다. 내가 목마를 때 물을 주면 되는가? 너무 많이 줘도, 조금 줘도 안 되는 난초.
1주일에 1번, 푹 적실 정도로 준다는 게 어려운 난.
농업단체에서 작년 10월에 받은 난이 끝이 마르더니, 다시 살아나 제법 싱싱하다. 난이 이쁘다고 생각되는 나이 40대

** 약속하는 사람이 없다면 첫 눈은 오지 않을까? 생각의 전환은 시인의 기본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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