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이> 정호승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 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어느 벽보판에서> 정호승어느 벽보판 앞현상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내 얼굴이 있었다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얼굴이 더 자세히 보이고, 저도 아버지처럼 아이의 이름을 한번씩 애태우며 불러 봅니다. ** 게시판 앞에 범죄자 얼굴은 다 우리랑 똑같은데 무섭습니다. 내 얼굴과 비슷한 얼굴이라도 찾게 될 까바 이내 얼굴을 돌립니다.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하지만 세상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