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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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 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어느 벽보판에서> 정호승

어느 벽보판 앞
현상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얼굴이 더 자세히 보이고, 저도 아버지처럼 아이의 이름을 한번씩 애태우며 불러 봅니다.

** 게시판 앞에 범죄자 얼굴은 다 우리랑 똑같은데 무섭습니다. 내 얼굴과 비슷한 얼굴이라도 찾게 될 까바 이내 얼굴을 돌립니다.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하지만 세상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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