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정호승 시집 창비시선 36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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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목련> 정호승

백목련은 밤에 핀다
밤하늘에 달이 잠시 꽃으로 피어나고 싶어서
백목련은 스스로 옷을 벗고
하얀 드레스의 맨살을 드러낸다
오늘 밤에는 밤하늘에 백목련이 환하게 피어
그 우아한 속살에 하얗게 뺨을 맞대고
나는 이제 매일 죽어도 좋다

<창문> 정호승

창문을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 창문은 안에서 밖을 보기 위해 만들걸까요? 밖에서 안을 들어다 보려고 만들 걸까요?

물론 안에서 밖을 내다보기 위해서지만, 때로는 나를 들여다봐 달라고, 서로 마음으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한 양방향의 문은 아닐까? 창문을 통해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문에 노크하고, 말을 걸고 행복을 전하기 위한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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