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준페이는 곤충 채집을 하러 휴가를 갔다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된다.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히지 않도록 삽질을 해야하는 이상한 마을. 하루하루 절망에도, 탈출을 시도하지만 붙잡히고, 포기한 듯 순응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벼랑 위에서 내려오는 새끼줄 사다리가 유일한 탈출구지만, 모래와 생활한 7년 뒤에는 도망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토해내고 싶은 기묘한 응어리는 아무도 이해 못할 것이다. 이 마을 사람 외에는. 그래서 주인공은 계속 머문다. 1962년작, 1964년 영화화.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초현실주의 기법으로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일본의 카프카.하루 아침에 잠자를 벌레로 만들어 버린 카프카, 50년 동안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도록 설정한 베케트나, 모래 속에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구를 알 수 없는 곳에 가둔 코보. 그들 모두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책 156쪽에 ˝이건 슬픈 편도표 블루스야~ 영어 가사가 등장한다˝. 어제와 오늘이 급작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단절. 그 심정이 오죽할까. 운명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기묘한 환각에 빠져든다. Got a one way ticket to the blues, woo woo--같이 매일 밤 같이 모래를 파내는 여자를 그린 표지 <누워있는 여자>의 선택도 탁월하다.1964년작 흑백영화도 찾아 봤다. 어떻게 모래 지옥을 묘사 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