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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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작가, 김연수, 그가 쓴 백석.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가이다. 나에겐 늘 그랬다. 낱자로 흘어질 백석의 시가 좀 더, 아니 아주 많이 더 아련하고 안타깝게 읽히게 되었다.

자신의 나이의 백석에게 주고 싶었던 경험까기 잘 버무린 이야기였다. 글을 쓴다면 그런 대상에 대한 연민이 있어야하나 보다.

덕분에 우리말 사전 책을 샀다. 사라져가는 우리 말을 시에 새긴 백석과 소설에 새긴 김연수가 평행이론처럼 때론 위로처럼 읽혔다. 그 위로를 도전 삼아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아련하고, 슬프다. 무엇이든 예술가의 자유영혼을 억누르는 순간 기형적인 것이 발생한다. 그 기형을 빨리 포착하여 후회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닐까. 그런 면에선 사회주의 사회보단 민주주의 사회가 적절한 듯도 싶다. 물론 자본이 그걸 억누를 때도 많지만 기회의 폭에 있어선 상대가 안 되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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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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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문체로 되살아난 간도의 ˝민생단˝ 사건.
일제가 죽인 항일투쟁단보다 동족에 의해 죽은 독립군이 더 많았다고 보고되는 사건이다.

스파이의 활동보다 스파이의 존재가 더욱 공포스럽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고,

순수한 독립의지가 의심과 두려움에 의해 처단 당하는 것을 읽게 되는 슬픈 소설이다.

경찰과 대치하던 남총련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긴장을 풀었다던 작가 김연수는 몇 개의 계절을 뒤로 하고 드디어 이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혁명은 축제처럼..

젊은 청춘의 혁명은 춤을 추지 못한 채 경직되었고, 민생단이라는 스파이 사건에 휘말려 5백여 명의 독립군을 주검이 되게 했다.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그것을 노래할 수 있을 때 혁명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혁명이라는 대업을 위해 모든 감각을 거세하고 ˝객관˝이라는 허무맹랑함을 주장하는 운동성을 저격하고자 함이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직하게 하는 소설이다.
내란이 왜 그렇게 큰 죄가 되는지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가장 큰 적은 내부도 외부도 아닌 ˝두려움˝이다.

˝기준˝이라는 가면을 쓴 사상이 객관이라는 옷을 입고 혁명가의 윤리성에 칼을 휘두르면 살아남을 혁명가는 없을 것이다. 부메랑과 같은 윤리라는 잣대는 촘처럼 쉽게 들이대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한 진영 내에서 그런 기준은 또다른 민생단 사건을 만들 것이고, 결국 진보 그룹이 한 발 내딛기 힘들게 했던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온전한 법은 ˝사랑˝이다.
이정희가 죽으면서 지키려고 했던 그것, 드디어 우주가 깨어나 배넷 울음 터트리게 했다던 그것.
모든 것을 걸었으나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그 정반대의 얼굴인 그것.

결국 필요한 것은 세상의 온갖 보물을 지칠 줄 모르고 함께 봐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든 이를 사랑한듯하나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던 어떤 여성 혁명가의 고백이...그런 답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정희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가하지 않은 김해연은, 경찰과의 극렬한 대치 상황을 노래와 춤으로 해소해버린 젊은 청년들이라는 새로운 혁명 주체들과 닿아있다.

동족상잔은 늘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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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 - 툭하면 상처 주는 부모에게 ‘아이의 뇌’가 하고 싶은 말
대니얼 J. 시겔.티나 페인 브라이슨 지음, 김아영 옮김, 김영훈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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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도 자녀의 뇌는 끊임없이 조정, 재조정되고 있다. 부모가 제공하는 경험들은 아이의 뇌 구조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미친다. 그렇다고 부담스러워하거나 걱정하지는 말기 바란다.

뇌의기본 구조는 음식, 수면, 자극만 적절히 제공받으면 알아서 잘 발달하도록 되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특질을 결정하는데는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질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훈육을 받고, 어떤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서 기본적인 뇌 구조와 선천적 기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회복력 강하고 통합된 뇌를 계발하는 데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크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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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마르크 로제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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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낭독을 멈추자, 두 개의 링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 외에는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끔찍하다. 모니터의 녹색선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마르크 로제, [그레구아르와 책방할아버지]에서

—스포일러포함—

학업을 포기한 아이, 학생을 포기하는 학교.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제도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에서 통제에 유용한 “질서”와 권력에 대해 풍자한 것이 떠올랐다.

그레구아르는 제도 안에서 제도에 배척 당한 학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복지(?)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인 요양원에 취직한다.

뚜렷한 역할을 할 수 없어 조리실로 세탁실로 필요에 따라 불려 가 더 지옥과 덜 지옥의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던 그에게 은근하게 추파를 던지는 노인이 있었으니 바로 피키에 씨다. 방 가득 쌓인 책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둘은 책을 의식한다.

그러다 마침내, 책방 주인 출신의 피키에씨는 그레구아르에게 하루 한 시간 낭독해줄 것을 제안하고, 업무 중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식으로 원장에게 요청 한다. 더 지옥과 덜 지옥을 전전긍긍하던 그레구아르는 마지 못하는 척, 기대를 안고 낭독가의 길에 들어선다.

엄마 마저 별 볼 일 없게 생각했던 그레구아르가 칭찬을 듣고 선망을 받기 시작한다. 낭독 기술이 늘고,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 들고 다니는 책들이 많아졌다. 이전과 다른 평판을 갖게 되었다.

낭독으로 유대 관계를 형성한, 셀레스틴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그레구아르의 모습은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할머니가 평생 사랑한 음악이자 히틀러가 악마의 음악이라 낙인 찍은 피아노 재즈 음악을 크지 않게 귀에 꽂는다. 종종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할머니의 손을 누른다. 어떤 미동도 없지만 유대감을 느낀다.

1시간 30분이면 끝나는 낭독을 하며 천일야화를 생각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 낭독하여 할머니의 목숨을 잡아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권의 낭독이 마치자 바로 심전도의 지그재그 선은 일직선이 되고 만다.
홀로 세상을 떠나야했던 할머니에게 그레구아르의 낭독은 얼마나 든든한 동행이었을까.

죽음이 기다리는 곳인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인가...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씨도 결국 그레구아르 곁을 떠난다. 그를 위해 250Km를 걸으라는 부탁을 하고 그 여정이 다 끝나가는 가운데 사그라들 듯이, 예견한대로.

그레구아르는 피키에 씨의 부고를 듣고도 끝까지 걷기로 한다. 자신에게 위대했던 친구 피키에 씨를 위해서. 그리고 걷기 전의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피키에 씨는 그걸 알고 그레구아르를 보낸 것이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우정이자 사랑을 위해.

죽음을 다시 생각한다.
농축된 하나의 도서관이 닫히는 것인데, 거칠게 둘둘 말아 보내지 말고 서고를 정리하듯 보관할 것들을 잘 관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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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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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앞부분만쓰다가그만두는당신을위한어떻게든글쓰기 #곽재식작가 #알라딘전자도서관

글쓰기에 대한 글들은 이제 어느 정도 뻔해졌다 싶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선한 관점이 많았다.
기계적으로 적용해도 글이 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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