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주 - 장혜령 소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평점 :
“지금의 르포이고, 지금의 시이고, 지금의 신화다”라는 책소개가 딱 들어맞는 소설이다.
수전 손택은, 작가란 신화를 허물기도 하고, 새로이 만들기도 하는 존재라고 했다. 어떤 활동가보다 치열하지만 함몰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말 비슷하게도 했다.
가라타니 고진이 소설의 위기를 말한 것과는 상반된 소설의 소용을 말해 두 견해를 견주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떤 주장이건 보기나 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양한 공부 방법, 다양한 콘텐츠, 다양한 매체가 필요하듯 영상과 스토리와 철학과 종교적 진리는 펼쳐지고 조합되어 서로 돕는 것이 아닌가...생각해 본다.
소설은 때로 무른 음식이 되어 사상과 역사, 혹은 사유와 진리에 접근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소설은 더 난해하고 어려워 소화하기 쉽지 않은 것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때론 시로, 때론 이야기투로 억눌렸던 시기를 엮어 나간다. 아버지의 투쟁기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투쟁기인 것도 같다. 아프고 고된 역사를 유전하는 이들로 인해 이 나라는 세워졌고, 그렇기 때문에 견고하지 않은 듯 견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삶을 함께 기억하고, 그들의 각오와 수고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고통 속에서 맺히는 진주. 고됨을 영광으로 인식하기 전엔 일어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진주가 맺히고 있길, 읽는 내내 먹먹하게 빌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