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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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문체로 되살아난 간도의 ˝민생단˝ 사건.
일제가 죽인 항일투쟁단보다 동족에 의해 죽은 독립군이 더 많았다고 보고되는 사건이다.

스파이의 활동보다 스파이의 존재가 더욱 공포스럽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고,

순수한 독립의지가 의심과 두려움에 의해 처단 당하는 것을 읽게 되는 슬픈 소설이다.

경찰과 대치하던 남총련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긴장을 풀었다던 작가 김연수는 몇 개의 계절을 뒤로 하고 드디어 이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혁명은 축제처럼..

젊은 청춘의 혁명은 춤을 추지 못한 채 경직되었고, 민생단이라는 스파이 사건에 휘말려 5백여 명의 독립군을 주검이 되게 했다.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그것을 노래할 수 있을 때 혁명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혁명이라는 대업을 위해 모든 감각을 거세하고 ˝객관˝이라는 허무맹랑함을 주장하는 운동성을 저격하고자 함이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직하게 하는 소설이다.
내란이 왜 그렇게 큰 죄가 되는지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가장 큰 적은 내부도 외부도 아닌 ˝두려움˝이다.

˝기준˝이라는 가면을 쓴 사상이 객관이라는 옷을 입고 혁명가의 윤리성에 칼을 휘두르면 살아남을 혁명가는 없을 것이다. 부메랑과 같은 윤리라는 잣대는 촘처럼 쉽게 들이대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한 진영 내에서 그런 기준은 또다른 민생단 사건을 만들 것이고, 결국 진보 그룹이 한 발 내딛기 힘들게 했던 원인이기도 한 것 같다.

온전한 법은 ˝사랑˝이다.
이정희가 죽으면서 지키려고 했던 그것, 드디어 우주가 깨어나 배넷 울음 터트리게 했다던 그것.
모든 것을 걸었으나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그 정반대의 얼굴인 그것.

결국 필요한 것은 세상의 온갖 보물을 지칠 줄 모르고 함께 봐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든 이를 사랑한듯하나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던 어떤 여성 혁명가의 고백이...그런 답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정희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가하지 않은 김해연은, 경찰과의 극렬한 대치 상황을 노래와 춤으로 해소해버린 젊은 청년들이라는 새로운 혁명 주체들과 닿아있다.

동족상잔은 늘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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