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사용 설명서 징검다리 동화 16
공진하 지음, 김유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징검다리 동화 16
도토리 사용 설명서
한겨레아이들

도토리 사용 설명서. 표지에서 활짝 웃고 있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소년의 분위기는 밝다. 제목이 주는 느낌도 좋고, 어떤 내용일까 호기심도 생긴다.
이 책은 평범하지 않은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 놓은 이야기이다. 처음에 별 생각없이 책을 읽었을 때는 유진이라는 아이가 그냥 평범한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동정어린 시선을 거두고 본다면,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약간 특별한 아이로 느껴지는 아이 김유진.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유진이는 특수학교인 자람학교에서 2학년이 되었다.
유진이는 일찍 일어나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등교하는 일이 다소 힘겨웠지만 2학년이 되는 첫 날 만큼은 일찍 눈이 떠졌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에 만나게 될 새로운 선생님에 대한 기대, 새로운 친구들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유진이는 예쁜 여자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날 담임 선생님도 예쁜 여자 선생님이면 좋겠다고 기대를 했지만 유진이의 바램과는 반대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학교 생활을 시작한 유진이는 다정다감한 선생님의 마음씨에 마음이 열리고, 선생님을 의지하고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유진이의 2학년 학교 생활은 우리가 겪었고, 또 잘 알고 있는 평범한 학교생활과 다를바 없다. 그래서일까. 생각하는대로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유진이의 모습을 보고도 많이 불편해 보이거나 안쓰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보통의 아이들과 비슷한 일상을 이어 나가는 유진이가 그저 기특하다.
물리치료 시간에 담임 선생님과의 즐거운 햄버거 놀이를 한 뒤부터 유진이는 물리치료 시간이 즐거웠고, 또 힘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얻은 새로운 별명이 바로 '도토리'이다. 즐겁게 웃으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유진이의 모습이 도토리를 닮았다고. 도토리 유진이는 어느 날 등교하는 스쿨버스에서 새로운 공익 형을 만났는데, 공익 형이 유진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해서 바지에 오줌을 싸는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똑똑한 유진이는 왼손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도토리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그 때부터 유진이는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 도토리 사용 설명서를 가진 도토리가 여러 친구들과 캠프를 떠나게 되는데...
도토리 유진이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상 이야기에 함께 즐거움을 느꼈다. 평소에 장애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는 장애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싶고,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아들이 유진이와 같은 특별한 뇌를 가진 특별한 아이들과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남들이 먼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기 보다, 내가 먼저 나를 표현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해야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약간의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무지개빛 같은 다양한 빛을 가진 세상 속에서 나와 다른 빛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밝은 미소를 지닌 도토리 유진이가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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