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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파이브 데이즈
밝은세상
더글라스 케네디는 우리 나라에서 '빅 픽처'의 작가로 이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한창 '빅 픽처'라는 작품이 한창 떠들썩하게 사람들의 관심에 오를 때도 나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읽기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읽어봐야 할 책들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을 뿐 여전히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젠 진짜 '빅 픽처'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 '파이브 데이즈'를 읽었기 때문이다.
'빅 픽처'보다 '파이브 데이즈'를 먼저 읽게 된 이유는 표지가 주는 매혹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줄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표지의 그림과 제목만으로 소설의 줄거리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식어버린 사랑을 곁에 두고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을 이어가는 주인공이 불타오르는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했다. 5일 동안.
이야기를 겉으로만 훑으면 내가 예상한 대로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격렬했던 몇일 간의 이야기 속에는 불륜을 저지르는 그녀와 그녀의 불타오르는 사랑의 상대인 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로라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아내이고,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의 엄마이다.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능력을 인정받고 사랑을 받는 로라였지만 로라는 정작 자신을 아래에 두고 과소평가를 한다. 영상의학과 기사로서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석하게 된 로라는 집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여유와 자유를 느낀다. 로라 자신도 짧은 외출에서 다만 그것들만 느끼며 만족할 줄 알았다. 인생이 달려가는 길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로라는 남편 댄에게서 얻을 수 없는 만족과 동질감을 주는 한 남자를 만나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된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한 남자의 아내인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에 비난을 해야하겠지만, 이성적인 생각과는 달리 로라의 새로운 사랑이 진실되고 멋져 보였다. 이런 느낌은 로라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소설 속에 빠져 들게 만든 작가가 만들어 준 것일 게다.
역시나 소설의 결말도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로라 덕분에 현실을 돌아보며 그 현실 속에 있는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 삶에 희망이라는 밑바탕을 깔고 살아 가고 있나? 나도 모르게 내 삶의 앞길을 나 스스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일까?...로라가 그랬듯 나도 그랬다.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 이토록 정겨울 수 있다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미국인 이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배경이나 사건, 이야기의 흐름이 어떤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고 자연스럽고 보편적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의 글은 이러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삶에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 나를 돌아보며 나의 사랑을 점검하게 만드는 소설.
파이브 데이즈!
덕분에 잠시 달콤한 한여름 밤의 꿈을 꾸었고, 그리고나서 더욱 생생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