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높고 푸른 사다리
한겨레풀판사
 
 

이 책의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책이었고, 이상한 끌림에 의해 꼭 읽어봐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책이었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내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워낙 작가의 이전 책들의 제목들도 유명한 터라, 그냥 제목만 보고서는 읽어봤었는지 아닌지 세월의 흐름 앞에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작가에 대한 선입견없이 그냥 오로지 책에만 열중하여 읽기 시작했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 즐겁고 행복했다.
신부가 되고자 하는 한 젊은 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눈부시던 젊은 날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런 저런 이별을 해야했던 그 때의 갈등과 고통, 애절한 슬픔과 감출 수 없는 사랑 등과 같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보통 사람과 다른 신앙의 테두리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고통과 감정보다 더 아프고 슬프게 느껴졌다.


한참동안 냉담하며 성당에 다니질 않다가 최근에 다시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삶의 새로운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하려 하는 이 때에 마침 이 책은 나에게 큰 감흥을 안겨 주었다. 사제들이 가진 슬픔과 고통은 세속의 부부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회적 인간관계에 대한 끈이 적고 얇으니 보통 사람들이 맞딱들이는 삶의 고통과 슬픔보다 덜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런 보통의 인간관계를 얻지 못함에 대한 고통이 더 클까? 한 인간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어떻게 억누르며 살아갈까?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더 커서 사사로운 인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잊게 되는 것일까?' 나는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이라서 성당에서 뵙는 신부님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껏 궁금해왔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아 후련하면서도 안타까웠고, 운명과 삶의 궁극적인 흐름에 대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는 사랑과 희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베네딕도 수도회 요한 수사는 마음이 통하던 동료였던 미카엘과 안젤로를 사고로 잃었지만 어느 날 꿈같이 다가온 '소희'를 향한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보기로 했다. '요한! 사랑하라!'고 응답했던 분은 다름 아닌 간절한 기도가 향하는 분, 하느님이셨다. 요한 수사의 사랑이 완성되어 소희와 함께 행복한 보통의 가정을 꾸려나갈 것이라는 결과는 예상하지 않았다. 전혀. 예상되는 결과로 흘러가는 이야기였지만 요한 수사가 사랑하하고 아프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에 몰입되는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요한 수사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있을 것 같았지만 요한 수사가 한 여자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 동료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그리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시는 무한한 사랑, 그 모두를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흥남 부두에서 빅토리아 메러디스호에 오른 여자. 그 여자가 배에서 낳은 아기. 처음 배를 몰고 엄청난 일을 감당해야 했던 선장. 먼 미국땅에서 만난 요한 신부와 지금은 수사가 된 당시의 선장..이 모든 인연의 고리가 결국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이어진다.
이 책을 만나서 읽어 보게 된 것도 하늘에서 내려온 높고 푸른 사다리와 같은 존재의 힘이 아닐까.
요한 수사가 그토록 왜치던 '대체, 왜? 왜?'라는 그 분을 향한 질문을 나도 내 삶 안에서 얼마나 외쳐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통해 인간은 성장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다. 가슴으로 이해할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랑이란....요한, .....사랑이란 모든 보답 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다!" - p290
"하느님은 우리에게 절대 미리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가르쳐주셨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고통을 통해서만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을요."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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