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풍전 : 권위를 깨트리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12
신자은 지음, 황인원 정보글, 임미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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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12

이춘풍전

권위를 깨트리다

휴이넘

 


 

학창시절 우리 고전문학에 빠져서 재미있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아마도 '이춘풍전'을 읽어 보았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 책읽는 재미에 빠져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데, 다시 읽는 '이춘풍전'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

고전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사와 함께 배우는 지혜와 교훈이며, 요즘 시대와 비교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문학읽기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휴이넘'에서 출간되고 있는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시리즈는 초등 중~고학년 어린이들이 어려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고전문학이다. 고전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려 준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부자집 외아들로 태어나 흥청망청 술과 기생에 빠져 지내던 이춘풍은 결국 물려 받은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그러고도 이춘풍은 부인에게 큰소리를 떵떵치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부인에게 각서까지 써 가면서 잠시 버릇을 고쳐먹나 싶었으나 그것도 잠시. 부인이 바느질하여 모은 돈을 또 술과 기생에게 다 써 버리더니 이젠 아예 나랏돈까지 빌려서 평양으로 간다. 제 버릇 남주랴. 평양에 가서 추월이라는 기생에게 홀딱 넘어가 빌린 나랏돈이 모두 추월의 주머니속으로 흘러가 버렸다. 거지꼴을 한 이춘풍의 모습이 처량할 법도 하지만 내심 잘 되었다는 마음이 드는 건 나도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알아 주는 듯 충풍의 부인이 문제를 해결하러 나섰으니. 통쾌하고 유쾌하다.

이춘풍은 조선시대 위선을 앞세워 자신의 무능함을 감춘 양반들의 대표적인 캐릭터로서, 당차고 지혜로워 남성보다 나은 능력을 지닌 춘풍 부인과는 대조적이다. 양반들의 방탕한 생활을 꼬집고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끌어 모으는 계층도 비판하고, 가부장적 제도 아래에서 억압 받는 지위를 박차고 놀라운 일을 해 낸 여성상을 속시원하게 그려내고 있다.


 


 

쉬어가기 코너에서는 세태 소설, 조선 시대 기생, 남장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이야기와 관련된 지식을 얻고,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고전문학에 담긴 어휘는 어린이들이 읽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따로 본문 아래에 설명이 되어 있으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판소리체와 비슷한 운율감 있는 문장표현이 많아서 오히려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선 양반 사회와 가부장적 제도에서 오는 겉만 번지르르한 권위에 맞선 당당한 춘풍의 부인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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