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의 부제 ‘열심히 벌어 멀쩡한 집이라도‘라는 구절만 보면 내 집 장만을 위한 씁쓸한 고군분투인 줄 알았다. 그러다 중간 정도까 읽으며 대한민국의 소득 계급을 은근히 보여주는 사회 고발인 줄. 그러더니 중간 부분부터 나오는 스페이스 M이라니. 그럼, 갑자기 sf가 되어 버렸다. 이건 완전히 예상 못한거라.. 짧은 책을 보며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여러 주제와 생각이 드는 묘한 소설. 읽으며 드래곤볼의 캡슐이 생각났다. 어릴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이 작아지면, 양념통닭 하나로 몇 사람이 먹을 수 있을 텐데.‘, ‘자동차 크기를 줄여서 키링으로 가지고 다니면 주차 문제는 해결될 텐데.‘ 같은 망 상말이다. 그런데 스페이스 M의 존재는 감히 상상 못 했다.

🏘 연순-하나의 관계보다 연순-지유의 관계가 더 계속 들어왔다. 지유의 집은 당연히 지유의 집인데도, 연순은 그곳에서 자신의 의미를 만들려는 게 이해도 되었다. 대중이 보는 지유의 집은 사실 연순이 만들어 낸 거짓인데, 그걸 거짓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겉으로 드러난 꾸며진 모습, 안에서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 겉모습을 보고 추종하는 대중. 읽으면서 나는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분별력 있는 독자라고 교만하게 읽고 있지만... 겉으로 꾸며진 세상이라도 그건 지유의 돈에서 나온 지유의 세상이 맞고, 연순은 사실은 돈을 받고 그에 맞는 노동을 한 것이며, 대중은 보고 싶은 걸 보고 의미를 찾는 평상시 내 모습이다. 사실 연순이 지유와 지유의 집에 가지고 있는 마음은 성실한 노동을 넘어선 오버인데.. 나는 연순처럼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문득 깨닫는다.

🏘 공간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지금의 스페이스 M은 비밀리에, 그리고 아마도 개인 정보를 훔쳐서 절실한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많다. 스페이스 M은 단순히 공용 주거시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만의 규정이 따로 있는 다른 사회가 돼버리고 입주자들의 가치관도 결국 달라진다. 대한민국 안의 스페이스 M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만,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그래서 의외였다. 연순이 하나처럼 작은 사회라도 그 세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애정하게 되고, 하나는 반대로 그곳에서 벗어나 ‘우리 집‘으로 불리는 연순의 집으로 가게 되는 게, 나에게는 제일 의외였다. 승훈의 스페이스 M은 연순에게 평안을 계속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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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대신,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나는 그 저 바랐다. 내가 아픈 것이 어머니 탓이 아니듯 어머니의 슬픔에 내 잘못이 없기를. - P47

결혼도 안 한 처녀애가 왜 하필 난소암에 걸렸느나고 나무란 뒤 그래도 애 낳는 건가능하지 않느냐고 무구하게 묻던 할머니도, 나는 내 마음의 법정으로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 P47

내 마음을 얼마나 깊이 베었는지 나 자신조차 모르는 사이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플 때나 아프지 않을 때도 그 기억은 고스란히 형벌이 되었다. 마음속 법정은 폐쇄됐고 기소된 피고인은 모두 떠났지만, 내게는 하나의 형벌이 남은 셈이다. - P48

이 연약한 생명체가 나의 무해함을 확신하기까지 일주일 동안이나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 인내가 대견하면서도 애잔했다. - P70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바뀌리란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한다.
그 문장은 이상할 정도로 강력하게 동준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껏 내가 제대로 이해한 적 없으며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던 동준의 삶을... - P73

상상이 됐다.
애인이 죽은 빈집을 혼자 찾아온 김은희에게 고양이들이 얼마나 뜨거운 위로가 되었을지. 아니, 위로를 넘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어주 었을 것이다. - P85

그토록 쓸모없는 애씀...... - P117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돌진하는 불안의 다발이라는 생각에 갇힌 채 시작되던 하루하루....
북태그 뒷면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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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고, 책 표지는 도대체 해변과는 상관 없는 우울한 느낌의 세탁실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겠다. 아니, 사실 아직도 다는 모르겠다. 워시토피아 형광등 아래 파란 거품을 파도라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소박하기도. 그들만의 공간은 사랑스럽기도. 럭키타운 402호가 얼마나 따스한 공간이고, 또한 슬픈 공간인지는 알겠다.

🏖 연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끔은 읽기에 무겁다. 책 속에 나온 것처럼 사실 미안해서일지도. 은희 씨, 무무 씨, 수연 씨를 사려 깊게 바라봐 줄 수 있기를.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사려 깊은 거리로 이어지기를. 연약한 사람들이 연약하지 않구나.

🏖 고양이들을 돌보겠다는 의지로, 우리 살아요.

@@four_nya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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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술만 했는데. 막막했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생각했다. 하필 나는 이토록 비싼 미술을 사랑해서, 때문에 우리 집 평수는 조금씩 작아졌다. 나 때문인줄 알면서도 모른 척 그림을 배웠고 모른 척 꿈을 꿨다. - P12

"이래도 내 작품이 다 허무맹랑하게 보여?"
그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치졸하게도 미아의 인생을 빼앗고 싶다는 것이었다. 젠장. 저게 내 경험이었으면 나는 천재로 벌써 세상에 이름을 널리널리 알렸을 텐데. - P46

나는 미아의 불행조차 빼앗고 싶었다. 저 모든 행동이 미아의 삶과 불행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그것을 빼앗아서라도 뛰어난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 정도로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미아가 될 수 없었다. 나는 나를 망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 P47

미아. 나에게 베를린이란 미아 네가 전부야. - P105

내가 여기 베를린에서 마음 붙일 곳이 없어 괴로운 사람이라면, 난민은 마음을 붙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 이곳에 마음을 붙였을까. 아니면 마음이란 평생 붙일 수 없는 것일까.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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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독을 꾸준히 하면서 위픽 시리즈를 애정하고 있다. 와중에 존경하는 블로그 이웃분이 이 책의 독후 기록을 보고 관심이 갔다.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다시 동경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나 책에서 자주 접하면서도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분명 그 이야기인데도 하나하나의 서사가 다르다. 사실 나에게도 비슷하지만, 다른 서사가 있다. 익명으로 썼던 서사는 언젠가는 제대로 고쳐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히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감히, 이 책처럼.

👩‍🎨 가까운 미래가 기술 발전이 된 시대가 아닌 농업이 중시되는 배경이라는 점과 난민이라는 소재는 이야기에 맥락을 더한다. 그리고 있어 보였던 미술용어까지. 모두 낯설고 슬프면서 매력적이었다. 마치 미아처럼. 미아는 미아 자체로 천재였을지도 모르나, 낯설고 슬프기에 더 그러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미아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미아의 안부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미아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수상쩍은 메일을 차마 열지 못한 유리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 미아를 찾고 나면 미아가 어떤 모습이든 유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유리는, 지금 그런저런 잘 나가는, 그러나 사실 자신의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 미디어아트 작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유지하고 싶어질까? 어떤 다음의 모습도 상상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메일을 나중에도 열지 않아 미아를 영영 만나지 못해도, 아니 미아를 만나더라도 유리는 자신만의 네모를 그리진 못할 것 같다. 아니, 그리지 않을 것이다. 분명 베를린의 서점에서 책에 답장으로 남겼던 유리의 마음은 진심이라고 본다. 그러나 유리는 그러기엔 지금은 안 가진 것 같아도, 사실 너무 많이 가졌다. 분단국가의 균형 잡힌 평화로움을 가졌던 유학생 유리 같이.

👩‍🎨 내가 이제라도 찾고 싶은 미치광이 이웃. 나는 누군가에게 미치광이 이웃일지도.

@four_nya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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