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은 선생님에게 유익한영향을 받으며 꽃처럼 피어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감탄을 잘하는매슈와 비판을 잘하는 마릴라에게 학교 공부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 P336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저만큼 발표회를 고대하지 않으신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주머니의 어린 앤이 발표회에서 돋보이길 바라지 않으세요? - P340

매슈는 간절한 표정에 생기 넘치는 조그마한 얼굴을 내려다보며미소를 지었다. 앤도 마주 보고 웃었다. 둘은 가장 좋은 친구였다. 매슈는 앤의 교육을 맡지 않은 행운에 수없이 감사했다. 교육은 오로지 마릴라의 몫이었다. 만약 매슈가 앤의 교육을 맡았다면 앤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의무감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며 고민에빠졌을 것이다. 앤을 교육할 의무가 없으므로, 마릴라의 표현대로 하면 매슈는 마음껏 앤의 버릇을 망쳐 놨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게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작은 ‘칭찬‘이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충실한 ‘교육‘만큼이나 좋은 효과를 내는 법이니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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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사랑의 노래
얀 페르메이르Jan Vermeer, 1632~1675

시선을 영화의 카메라 처럼 뒤로 쭉여러 가지 상상이 떠오르는 가운데, "음악은 기쁨의 동반자, 슬픔의 치유약" (MVSICA LETITIAE COMES MEDICINA DO-LORVM)이라는 하프시코드에 쓰여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으로 행복할 때도, 사랑으로 아플 때도, 사랑의 모든 순간에는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그림은 어떤 결론도 내지 않은 채 가능성만을 열어 두고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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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갈색 책상에 다시금 다이애나와 나란히 앉게 된 것도 행복한 일이었다. 루비 길리스는 통로 건너편에서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캐리 슬론은 쪽지를 보냈으며, 줄리아 벨은 뒷자리에서 ‘껌‘을전달하여 건넸다. 앤은 행복에 겨워 길게 숨을 고르며 연필을 깎고그림 카드를 책상 안에 가지런히 넣어 두었다. 삶은 확실히 즐거운일이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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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라가 과수원에서 냄비 한가득 여름 사과를 따서 담고 있는데,
배리 씨가 통나무 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내려오는 게 보였다. 옆에는 배리 부인이, 뒤에는 여자아이들이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배리 씨가 양팔로 앤을 안은 모습과 앤이 배리 씨의 어깨에 힘없이 머리를 기댄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 마릴라는 불현듯 깨달았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두려움속에서 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앤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 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탈길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면서 마릴라는 앤이 세상의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327

"한 가지는 확실하구나, 앤, 배리 씨네 지붕에서 떨어졌어도 입은멀쩡하다는 거 말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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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못해도 ‘인간‘이면 충분하다.
렘브란트 판 레인
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

가슴에 꽂히는 아픈 말이었지만, 당시 나는 꼭 ‘무엇‘ 이되기보다, 그냥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다만 그 길을 좀 늦게발견한 것뿐이었다. 아무 희망이나 기대도 없이, 또 어떤 도움도없이 미술사 공부를 무모하게 해나가던 그 시절, 그 겨울 추위속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 것 중 하나가 램브란트였다. - P305

그리고 그렇게 내 인생에 렘브란트가 탑재됨으로써나에게는 조금은 꿋꿋하게 견뎌내는 힘이 생겼다. 상처는 사회적으로 입고, 치유는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요즘, 내 마음 속에 효능 좋은 치유제로 렘브란트는 늘 살아 있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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