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라가 과수원에서 냄비 한가득 여름 사과를 따서 담고 있는데,
배리 씨가 통나무 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내려오는 게 보였다. 옆에는 배리 부인이, 뒤에는 여자아이들이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배리 씨가 양팔로 앤을 안은 모습과 앤이 배리 씨의 어깨에 힘없이 머리를 기댄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 마릴라는 불현듯 깨달았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두려움속에서 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앤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 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탈길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면서 마릴라는 앤이 세상의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327

"한 가지는 확실하구나, 앤, 배리 씨네 지붕에서 떨어졌어도 입은멀쩡하다는 거 말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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